한국일보

불신을 가르치는 사회

2014-05-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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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현(전 미 반도체I NSPEX사 엔지니어)

어른들을 잘 따른, 규칙을 잘 따른 이의 잘못인가? 업무에 태만하고 판단력, 책임감 없이 저만 살겠다고 도망쳐 나온 선장과 선원만 탓할 것인가? 우리는 과연 그 선장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런 행동을 하도록 만든 것은 무엇인가?

미래에 한국을 이끌어 나갈 젊은이들에게 우리 기성세대는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규칙이나 법으로서는 아마 세계 최고라고 여러 번 자부하는 것을 들었다. 규칙이나 법이 없어서 그리된 것이 아니다. 이것을 기회로 또 여러 규칙을 만들면 거기에 기생하는 사람들이 살판나는 멍석을 깔아주는 것과 진배없다.


언제부터인지 법은 법이고 어떻게든 요령 있게 편법으로 잘 피해나가는 것이 세상사는 지혜라 여기는 것이 당연하고 법을 순진하게 지키는 사람은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라고 비아냥거림을 듣는 사회가 되었다. 미국 등 선진국이 공공질서 및 법을 잘 지키고 본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미국은 법을 어기면 거의 예외 없이 가혹한 제재가 따른다. 혹시나 편법으로 넘어가려고 하면 더 큰 제재가 기다리기 때문에, 즉 법을 안 지키면 각 개인에게 더 큰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믿음이 가는 사회다.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법을 안 지키면 손해를 본다. 불법으로 개축하고 초과적재하고 안전규정 안 지키고 자격 없는 선원으로 운행하도록 만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 되도록 주무관청은 묵인하고 오히려 조장한다. 아마 선장과 회사는 “다 그러는데 왜 나만 갖고 그래” 라고 억울해 할 것이다.

재수에 옴 붙어서 사고가 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럴 때마다 사람들은 남 탓을 한다. 지도자를 탓하고 어떤 사람은 밑도 끝도 없이 북한 소행, 전라도 소행이라 한다. 또는 ‘너나 잘해’ ‘총체적 난국’이라 하며 얼버무리고 만다.

미래세대에 무엇이 옳은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법은 지켜야 되고 위반 시 가혹한 처벌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것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렇게 일할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하고 그 지도자가 잘하는 지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그 지도자가 법을 잘 지키도록 해야 한다. 법을 안 지키는 지도자, 안 지켜서 이익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에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그런 지도자를 뽑고 감시하지 않은 국민들 책임이다. 남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왜 그런 지도자를 뽑았는지 왜 감시하지 못했는지, 왜 법을 안 지키면 이익이 되도록 만들었는지 국민이 ‘내 탓이요’ 하고 반성하고 그렇게 만들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및 각종 선거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투표율도 저조하다. 왜 그러는가? 누가 되든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에 잘못했을 때 가혹한 처벌이 따르기 때문에 무서워서라도 못한다. 한국도 누가 되더라도 잘할 것이라는 믿음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누리고 있는 명성과 부는 자기 혼자만 잘나서 그리 된 것이 아니다. 다 남의 도움이 있고 그렇게 될 수 있는 여건이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저 잘 낫다고 으스대기보다 더불어 사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ise Oblige)를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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