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뜨거운 눈물

2014-05-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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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자유기고가)

17년 전 당시 스무살이던 작은 녀석을 잃었다. 한밤중에 기숙사 근처 옥상에서 불량배들과 격투를 벌이다가 실족하는 바람에 뇌진탕으로 숨을 거두었다. 애 엄마에게 시신을 보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혼자 시체 영안실에 들어갔는데 눈을 감고 있는 아들을 보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너무 기가 막혀 눈물이 나오질 않았다.

1967년 필자가 월남 참전 중 83세가 되신 할머님 부고를 전보로 받았을 때는 종일토록 눈물을 흘리고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한 채, 장례식에 갈 수 없는 처지를 한탄하면서 며칠간을 숙소인 텐트 안에서 뒹굴었다.


88세까지 건강히 잘 지내시던 어머니가 불현듯 닥친 치매 증세로 인해 1년여를 자신이 누군지도, 그토록 사랑하던 아들도 알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돌아가셨을 때는 차가운 어머니를 껴안고 한 시간여를 대성통곡 했었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말미에 세월호 참사 당시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살신성인 정신을 발휘한 희생자들의 이름을 언급하다 눈물을 쏟았다. 바로 이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인가! 문세광의 흉탄에 어머니를 잃었고 김재규에 의해 처참하게 아버지를 잃었다. TV 화면을 통해 선명하게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본 사람이라면 현직 국가원수를 향해 비속한 언행과 저속한 글질을 삼가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세월호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직무유기와 업체의 무리한 증축과 과적 등 비정상적인 사익추구였음이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는가! 이게 바로 지난 30여 년간 국가 전반에 걸쳐 고질적으로 이어져 온 비정상적인 관행과 제도를 뿌리째 척결하지 못한 탓이요, 이를 방치해온 전직 대통령들부터 우선 책임을 물어야 마땅한 일이다. 전두환 전직 대통령부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이명박까지 30년간이란 긴 세월을 통해 국가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방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되는 일이다.

국피아, 관피아 등 이루 입에 담기조차 구역질나는 무리들, 소위 마피아 집단을 이루며 나라를 좀 먹고 국민의 혈세를 남용하면서 부정, 비리를 일삼아온 정,관계 인사들부터 모두 색출하여 처단하고 차제에 다시는 이런 악질적인 관행이 계속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자인 유병언 회장(교주)을 지키기 위해 금수원에 집결, 국가 헌법에 위배되는 범법 행위를 벌이고 있는 광신도들이 무법천지를 이루고 있는 행태에 대해서는 아무도 나서지 못하면서 ‘박근혜 물러나라’를 외치며 미국에서까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작금의 국내외 풍토를 속수무책 목도만 하고 있는 현실이 슬프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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