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부는 닮아간다는데…’

2014-05-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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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산수에서는 1+1=2가 되지만 부부란 1+1=1이다.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해 한 가정을 꾸려 사는 게 부부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현실의 땅에 기반을 두고 미래의 아름다운 집을 지어나가는 것이라 한다. 그러다 보니 부부는 뜨거운 사랑을 넘어서야만 오랜 시간을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혼은 긴 인생의 여정을 함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부는 세상의 어려움을 같이 헤져 나가며 사는 법이다. 이래서 부부로 오래 산다는 것은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인가 보다.

우스갯소리로 결혼은 한 번밖에 해보질 않아서 실수투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하루하루 함께 다투고 힘겹게 살아가는 날들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서로에 대한 기대와 증오의 마음은 비워져 가고 알게 모르게 서로에 대한 사랑과 정이 깊어지는 것이리라. 하지만 오랜 시간 가족의 역사를 만들어가지 못하고 중도에서 포기하는 이들은 날로 늘어만 가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일까 결혼은 경험부족이요, 이혼은 이해력 부족이며 재혼은 기억력 부족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흔히 ‘부부는 닮는다’고 말한다. 누구나 주변의 부부들이 닮아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을 게다. 또한 함께 사는 부부라면 오누이처럼 닮았다는 얘기도 한두 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부부들은 왜 오래 같이 살수록 외모마저 닮아가는 걸까? 부부가 오랜 기간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생활습관을 통해 본인들도 모르게 성격뿐 아니라 외모까지 닮아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 부부가 같이 살면서 함께 먹고, 자고, 웃고, 울고 하는데 안 닮으면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니냐는 말이다.

영국의 리버풀대학 연구진은 ‘부부가 오래 살면 살수록 닮아간다’는 것을 과학적 사실로 입증한 바 있다. 그 근거는 얼마나 자주 웃느냐 찡그리느냐에 따라 특정 얼굴의 근육과 주름이 당기고 펴지면서 결정되는데 오래 살수록 부부의 감정 표현이 비슷해지면서 근육과 주름의 움직임이 같아져 얼굴 표정이나 인상이 닮아간다는 것이다.

행복한 부부는 서로 웃고 즐기다 보니 둘 다 좋은 인상을 갖게 되고, 불행한 부부는 서로 싸우거나 인상을 많이 쓰다 보니 주름이 많이 느는 얼굴 형태로 바뀌게 된다는 이론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닮아간다’는 호르몬 논리(?)를 말하는 이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생성되고 육체관계에서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이 발생하는데 도파민은 성격을 닮아가게 하고 옥시토신은 외모를 닮게 하는 성분이 있다고 한다. 이 두 호르몬은 서로 ‘같은 느낌’을 받을 때 더 많이 생성이 되는데 이로 인해 외모뿐 아니라 성격까지도 닮아간다는 것이다. 함께 같은 느낌으로 사는 부부는 외모와 성격이 닮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처럼 부부가 오래 살수록 외모와 성격이 닮아간다는 것은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늙어간다는 것이며 많이 닮을수록 금실이 좋은 부부라 할 수 있겠다.
이와 달리 우리 주변에는 얼굴이 하나도 닮지 않고 느낌도 전혀 다르지만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들도 적잖이 있다. 이는 이들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진심으로 상대에게 익숙해지려는 노력의 결과로 서로를 닮은 사람으로 여기며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들만이 알 수 있는 닮음이 있을 것이란 말이다.

한국에서 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미국에서야 부부의 날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날만큼은 사는 동안 얼마나 서로 닮아가고 있는지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닮은 구석을 쉬 찾지 못하면 서로 닮으려 노력해보자는 다짐도 괜찮을 게다. 가족해체 예방의 최우선이 부부간 진솔한대화이기 때문이다. ‘다름’으로 만나 ‘같음’으로 사는 게 부부다. 부부가 ‘따로따로’가 아닌 ‘같은 느낌’으로 산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에 그 무엇이 부럽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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