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형사 콜롬보가 본 세월호 참사

2014-05-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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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영(목사)

1970년대였던가. 한국에서는 ‘형사반장 콜롬보’란 흑백TV 연속극이 인기였다. 주인공 콜롬보는 항상 낡은 바바리코트를 입고 브라운관에 나타난다. 강력한 사건들 앞에서 전형적인 형사상과는 달리 소탈스런 웃음, 엉뚱한 듯한 몸짓을 하는 유악하고 외로워 보이는 콜롬보에게 시청자들은 동정심을 보낸다. 이것이 이 연속극을 성공케 한 동기였다.

그런 그는 살인사건 현장에 도착해서도 다른 형사들처럼 집요하게 사건을 캐묻는 것도 아니고 늘 딴전만 피우면서 “선생님의 정원은 참 아름답습니다. 혹시 저 꽃이 양귀비가 아닌가요?”하며 엉뚱한 농담을 하면서 범죄수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접근한다. 또한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강력범죄 현장에서도 늘 이런 식으로 유도 심문하여 그의 수사망에 걸려들게 하는 마법을 가졌다.


요즘 불행스런 세월호 참사를 보며 세간에서는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부랴부랴 박근혜 대통령도 대국민사과를 한다, 종교계 지도자를 만난다 하지만 종교지도자들도 한결같이 관계자 문책, 리더십 결함, 관료주의, 정경유착이니 지적하지만 뾰족한 묘안은 없었다. 콜롬보 형사가 만일 어머니날에 자식 잃고 통곡하는 어머니들이 모인 진도에 수사하러 갔다면 뭐라 했을까? “그날 진돗개가 짖었습니까?”라는 엉뚱한 질문을 했을 것인가. 어쨌든 그는 형사로서 사회악의 부패한 냄새를 맡고, 짖어야 할 책임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농담을 했을 것이다.

“부패한 교리(Dogma)는 부패한 사회를 만든다”고 콜롬보는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대양사건이 부패한 구원관 때문이었다면, 이번 세월호 역시 온갖 이기주의로 모자이크 된 썩은 구원관이 원인이었다.

구원파의 교주격인 유병언 회장은 조직적이고 지능적으로 법망을 피하여 숨바꼭질하고 있지만 결국 형사 콜롬보를 만나게 되면 유도심문을 통해 수사망에 걸려들게 되어 있다. 콜롬보는 계속 수사망을 확대한다. 행여나 구원파의 부패된 사상이 일반교회에 침투된 것이 아니가? 하는 것도 탐정 특유의 속성인 ‘의심’ 때문이다.

얼마 전, 그것도 건전한 교회로 정평이 난 서울 한 대형교회의 부흥회에서 유명연예인 아무개 집사가 간증하면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 믿고 돈 많이 버세요”하는 넌센스 간증에 성도들이 손을 들고 ‘아멘’으로 화답하는 것을 보고, 한국기독교도 이미 그리스도의 봉사정신과 ‘사회구원’보다 구원파의 ‘개인구원’으로 배가 기울어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한국교회가 이미 오래전부터 개인구원이란 미명아래 십일조 도적질하고, 주일 성수 않으면 ‘꺼지지 않는 지옥불에!’ 하며 겁을 주는 한국교회의 한심한 근본주의 신학의 현주소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2014년 4월16일 고난주간, 그것도 유다가 예수를 판 그 주간이었다. 구원파가 세월호 속의 우리 어린자식들 팔아먹고 ‘대동강 물까지 다 판다’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다판다’는 악덕기업까지, 명탐정 콜롬보의 수사로 결국엔 일망타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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