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

2014-05-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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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한국의 어린이날(5월5일)과 어버이날(5월11일)이 지난 지 얼마 안 됐다. 미국에는 어머니날(5월 둘째 일요일), 아버지날(6월 셋째 일요일)은 있어도 어린이날은 따로 없다. 왜 미국에는 어린이날이 없는지 의문이다. 부모만 기억하고 어른들의 날만 기념하면 의례히 가정이 잘 될 거라고 의식해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계의 미래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달려 있는데 그들을 너무 소외되게 하는 것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세상은 어른들에 의해 유지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어른들에 의해 파괴되기도 한다. 이런 속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저질로 놓은 부패의 고리로 인해 무고한 생명들이 사라지며 공포에 떨기도 한다.


2008년 5월12일 중국의 쓰촨(四川)성 내에서 오후2시28분, 진도 8.0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이곳에는 7,000여개의 학교가 있다. 한창 수업이 진행되던 시간에 지진이 일어나 어린학생들은 미처 피할 시간도 없이 무너져 내린 학교 건물에 깔려 5,335명이 사망했다. 모두가 천재(天災)라 알고 있지만 다는 아니다.

다른 건물에 비해 유달리 심했던 학교 건물들의 붕괴에 대해 중국 예술가 아이웨이웨이를 중심한 시민조사단의 조사결과다. 학교들이 일명 ‘두부학교’로 불릴 만큼 날림공사와 부패연결의 가능성을 밝혀냈다. 지진은 천재다. 허나 학교는 부실공사인 인재에 의해 맥없이 무너져 내려 학생들의 희생이 턱없이 컸다는 거다.

세월호 침몰도 그렇다. 먹이사슬처럼 얽히고설킨 어른들 세상의 총체적인 부정과 부패가 죄 없는 어린 생명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게 했다. 아직도 세상 때가 묻지도 않아 순백의 꽃봉오리 같은 그 어린 것들이 무슨 죄가 있나. 단원고 2학년 325명을 포함한 476명이 세월호에 탑승했다. 이 중 304명이 사망, 실종됐다.

지난 한 달여 동안 280여명의 시신이 수습됐는데 이중에 학생들 시신만 240명에 달한다.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침몰원인으로 배가 기울어졌을 때 다시 복원되는 복원성결함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과적(차량32대 더 실음)과 배의 증설(약1천톤)이 원인이다. 어른들의 돈 욕심이 낳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나이지리아에선 이슬람 테러 조직인 보코하람이 276명의 여중생들을 납치해 차드나 카메룬 등으로 팔아넘기겠다고 하여 세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이 무슨 망발인가. 얼마 전 나온 방송에선 잡혀있는 여자아이들이 이슬람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은 모두 이슬람이 되었다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소녀들이 무슨 죄가 있나. 납치당시 극적으로 탈출한 한 소녀의 말이다. “총소리가 났을 때 기숙사에 있던 일부 교사들이 도주했고 남아있던 교사들은 달아나지 말라고 지시하고 문을 잠가버렸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피랍 여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무장테러 단체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1989년 11월20일 192개국이 협약하여 법규로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헌장에 보면 아동들의 권리가 새겨져 있다. 그중에 하나는 “전쟁이나 재난으로부터 제일 먼저 보호받고 구조될 권리”가 있다. 또 하나는 “학대, 방임, 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이다. 미래 세계의 주역이 될 아이들의 권리가 지금 얼마나 실행되고 있나.

기록에 의하면 2차대전 당시 유럽에 살고 있던 유대인 약 9백만명 중 6백만명이 살해됐다. 그중 어린이 1백만명도 어른들과 함께 죽임을 당했다. 히틀러가 이끈 나치의 짓이다. 어른들의 욕구를 채우려 시작된 전쟁 통에 왜, 죄 없이 맑고 순수한 1백만 명의 어린아이들이 함께 죽어야만 했을까. 비극중의 비극이다.

쓰촨성 지진으로 매몰된 5,335명의 학생 중 살아남았을 학생도 많았을 거다. 세월호에서 학생들은 가만 있으라하고 저들만 뛰쳐나온 승무원들. 고통 중에 있는 276명의 피랍소녀들! 나치에게 죽임당한 1백만 명의 유대 어린이들. 어른들의 부끄러움이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 어른들이여 당신의 어릴 적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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