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는 것만큼 눈에 보인다

2014-05-15 (목)
크게 작게
김민정(수필가)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폐부로 부터 올라오는 분노와 오열에 어쩔 줄을 모르면서도 때 아닌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갔다. 한국에 60년 대 일이었다. 아버지 친구인 청계천 극장 건물 주인은 여러 명의 건축사들의 의견을 모았지만 10년은 끄떡없다고 한다.

그래도 미심쩍은지 아버지께 문의를 했고, 때마침 최초로 우리나라에도 건축사 협회가 생기면서 당당히 합격한 사촌 오빠를 소개했는데 건물 곳곳에 수상쩍은 조심을 본 오빠는 보수할 것을 권했고 극장 주인은 과감하게 보수 공사를 대대적으로 했다고 한다.


극장 주인은 신출내기 건축사 말을 무조건 들은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병은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외정 시절에 지은 목조 건물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수명에 한계가 있기에 미연의 방지는 물론 생명의 위기를 모면했던 것이다. 그리고 10년 후 쯤 인가 우리나라도 아파트 시대로 도약하면서 곳곳에 고층건물이 들어섰지만 얼마못가 와우아파트, 삼풍상가가 붕괴된 것이다. 이렇듯 모든 사건의 실마리는 이미 근본에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데 무시하거나 사리사욕에 눈감고 아웅 하기가 일쑤인 것 같다.

언젠가 공학 박사과정에 있는 조카를 보러 갔다가 놀라운 말을 듣게 되었다. 비행기 몸체를 옷감의 질감 같은 것으로 연구해 연료 절약은 물론 사람을 더 많이 넓게 유치시킬 수 있는 연구를 한다고 했다.

더 놀라운 것은 모기약 회사에서는 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놈의 소리로 수놈을 제거하는 프로젝트로 연구진들은 온몸에 붕대를 감고 꿀을 바르고 녹음기를 들고 뜨거운 들판에 나가 암놈의 소리를 채취한다고 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어딘가에 전봇대 같은 높은 장대에 서 푸른빛이 번쩍 번쩍 나는데 알고 보니 모기 죽이는 장치였다.

모든 문명과 문화는 이렇듯 어떤 과정을 거치며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은 결실들이다. 따라서 돈으로 쉽게 사거나 조립한 물건들은 아무래도 짧은 상식과 경험으로 위험을 안고 있기에 앞으로 제2, 제3의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사업은 생명을 다루는 대 사업인데 마구잡이로 밀어붙인 것도 문제지만 학교 측 역시 아이들의 문제는 세심한 점검은 물론 일반인들과 따로 여행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 아이들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의 분신이자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아는 것만큼 눈에 보인다고 이제는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불상사는 그만하고 근본 없는 군중심리에서 벗어나 좀 더 성숙한 우리이기를 바랄뿐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