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

2014-05-15 (목)
크게 작게
김창만 <목사>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이 표어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문장은 없다. 근대 올림픽 정신을 표방하는 숭고하고 순수한 문장이다. 정정당당한 경쟁을 추구한다는 스포츠의 미덕도 이 문장 안에 함축되어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똑똑한 현대인은 이 표어를 올림픽 경기의 정정당당함을 나타내는 순수한 의도에 머물지 않고, 남보다 더 빠르게 성공하고, 남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남보다 더 많은 권력을 누리기 위한 좌우명으로 삼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 표어는 올림픽 경기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글로벌 경쟁의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남을 눌러 이기기 위한 약육강식의 표어로 남용하였다. 그래서 누구든지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 사는 법을 추구하게 되었다.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 라는 올림픽 표어에 깊이 감동을 받아 급속도로 성장하고 발전한 나라는 한국이다. 그 결과 한국은 2012년에 1인당 GDP가 23,679 달러, 무역 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서서 세계 8위의 통상대국으로 도약했다. 인구도 5000만을 넘어서서 꿈에 그리던 ‘20-50클럽’(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에 세계 7번째로 등재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자살률이 세계 1위이다. 미성년 성범죄, 음주 사고, 교통사고 사망률이 세계 최 상위권에 올라있다. 더욱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위시한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 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인재(人災)가 연속적으로 발생하여 이 나라가 구조적 문제가 있는 열등국으로 인식되고 말았다.

근대 올림픽 정신에 가장 근접한 나라 중 하나로 세계를 놀라게 하던 한국에 무엇이 문제인가. 탐욕과 허영심이다.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 라는 목표 달성과 함께 허영심과 탐욕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도덕의 힘이 필요했는데 그것을 외친 지도자가 우리에게 없었다. 그래서 세월호 같은 인재가 발생했고 온 나라가 정신적 공황에 빠지고 말았다. 팡세의 저자 블레즈 파스칼은 인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허영심의 어두운 그림자를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예리하게 비판했다.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 라는 올림픽 정신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허영심과 탐욕이 따라붙으면 큰 사고가 난다. 세월호,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대형 인재가 발생하고야 만다.

다윗이 시글락에 있을 때 아말렉과 큰 전쟁을 해서 승리했다. 그들에게 빼앗겼던 것 외에 더 많은 전리품을 획득하여 돌아왔다. 이때 다윗의 부하들은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만 전리품을 갖게 해 달라고 청원했다.

다윗은 그들의 청원을 거부하고 새로운 질서를 제의했다. “남아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약자, 노인, 실패자들이다. 그러므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위해 전리품을 나누는 것은 마땅하다. 유다의 장로들과도 전리품을 함께 나누자.” 다윗이 왜 위대한가. 허영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리더인가. 최고를 지향하되 허영심을 버려라. 성공하고 잘 될수록 허영심을 버리면 다윗처럼 위대한 리더가 된다. 잊지 마라. “최고의 것이 발효하면 최선이지만, 최고의 것이 부패하면 최악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