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멈춰야 할 대형참사

2014-05-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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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우리는 지금 햇빛이 찬란하고 눈부신 계절 5월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마음은 예전같이 밝지 않다. 잔인한 달 4월에 발생한 한국의 세월호 참사에서 받은 충격과 혼란, 슬픔과 분노로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지 벌써 한 달. 아직도 그 비통함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아직 채 구조되지 못한 어린 학생들과 시민 20여명, 그들 가족이 겪고 있을 심적 고통을 생각하면 여전히 우리들의 마음은 시리고 아프다. 이 참사로 한국은 지금 전국이 초상분위기로 온 국민이 트라우마에 빠져있다.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줄어들고 얼굴에서 웃음과 활기가 사라졌다.

무책임하고 비열한 뱃사람들. 그리고 돈만 아는 선주, 원칙도 없는 감독기관, 무능한 정부, 한심한 언론 등. 나라 전체가 한군데도 성한 곳이 없는 대한민국 호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 배에 탄 국민들의 안위를 생각하면 심히 걱정이다. 사방에 목련과 개나리꽃이 활짝 피고 새우는 소리 요란하지만 우리들의 비통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이제 남은 유가족을 위해 정부가 최소한 해줄 것은 하루 빨리 실종자들의 시신을 찾아주는 일이다. 이를 마지막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도 이처럼 힘든데 유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지고 아플 것인가.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들이 당장 이 현장에 달려가 그들을 부둥켜안고 함께 울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한 달이 다 되도록 평정심을 잃지 않는 한국지도자들의 실상이 너무나 안타깝다.

정부는 이런 참사가 더 이상 없도록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발표와 함께 국가위기 관리대책을 마련했다.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양당도 세월호 특별법 마련에 어느 누구도 이의 없이 합의했다.

과연 이런 일련의 움직임으로 앞으로의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을까? 전례로 볼 때 또 일시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든 참사 후에는 언제나 ‘안전’이라는 구호가 뒤따랐다. 하지만 대형참사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제발 구호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구호로 끝나는 순간 이제 한국에 희망은 없다. 한국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쉽게 잊는다는 데에 있다. 일본인들이 아무리 한국인들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쳐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라고 한다.

해방 후 한국은 일본이 2차 대전 패망 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표기돼 있지 않은 독도를 이 당시 만들어진 지도에 독도가 한국 땅임이 표기된 사실을 보관하고 있던 미 댈러스 국무장관 고문에 의해 이 사실을 알고 벌떼같이 일어나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부르짖었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그냥 놔둬라. 한국인은 한창 떠들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잊을 것이다.” 하고 다케시마 조항을 만들어 독도가 자기네 땅임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잊기를 너무 잘하는 한국인들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결과이다.

전 국민이 애도를 표하고 국화 꽃송이가 온 나라를 덮을 정도로 한국은 지금 초상분위기다. 그러나 이 상황도 한국인의 속성상 얼마 후면 없던 일이 될 지도 모른다. 문제는 상처는 서서히 아물되 참사는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런 참사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이제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한국인은 구호는 잘하는 데 준비에는 미흡한 속성이 있다. 준비는 책임자 색출이나 엄벌로만 될 일이 아니다. 건물공사 때처럼 못하나 박는 것도 제대로 박는 식의 철저한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국가는 국가구조를, 사회는 사회구조를, 기업은 기업구조를 근본부터 새로 바꾸어야 한다. 이는 정부와 온 국민이 혼연일치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런 준비가 앞으로의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형참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도 계속 멈추지 않을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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