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

2014-05-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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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목사/ 수필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國號)는 세계적으로 공인된 우리나라의 호칭이다. 이 공식적인 호칭 이외에 우리나라의 특징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호칭들이 있는데 ‘배달 나라’ ‘삼천리금수강산’ ‘동방예의지국’이 그것이다. 땅 넓이는 비록 작지만 단일민족으로 이룩된 오천 년의 긴 역사를 지내오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명실 공히 이름값을 하면서 세계열강들 가운데서 국위를 선양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차제에 이 시점에서 우리들 스스로 나라의 이름값을 제대로 하면서 살고 있는지 한번쯤 자성해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동방예의지국!’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 이름에 한 점 부끄럼이 없는 것일까? 인간이 하등동물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앵무새는 어느 정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도 하고 말을 하기도 한다. 영리한 침팬지를 잘 길들여서 사람의 옷을 입혀 행동을 하게할 것 같으면 사람의 흉내를 곧잘 낸다.


그러나 앵무새든 침팬지든 그들은 여전히 짐승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윤리와 도덕은 없는 것이다. 짐승이 제아무리 재주를 부리고 인간 흉내를 낸다고 해도 그들에겐 양심도 도덕도 있을 수 없다. 이 점이 인간과 동물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사람에게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있고 양심이 있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가 무엇인지 알아 그 법도를 이행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렇지 못할 때 그 사람은 이미 온전한 인간이 아니다. 그래서 옛 시조에도,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스라. 사람이 되어나서 옳지 곧 아니하면 마소에게 갓 고깔 씌워 밥 먹이나 다르랴!”고 했다. 겉모습은 사람인데 그 행동이 사람답지 못할 것 같으면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지탄을 받게 되며 그런 자를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고 말한다.

우리민족의 “미풍양속” 중 자랑할 만한 한 가지는 윗사람에 대한 예의범절이다. 이 사상은 오랜 전통으로 이어온 삼강오륜(三綱五倫)의 기본 사상이라 하겠다. 삼강(三綱)의 첫째는 ‘부위자강’ (父爲子綱)이고, 오륜의(五倫) 첫째는 ‘부자유친(父子有親)’인 것이니 모두가 다 윗사람에 대한 예의와 법도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사상이 말과 행동으로 표현됨이 예의범절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함자(銜字)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아버지의 성함을 친구의 이름을 부르듯이 김 아무개 박 아무개라 말하지 않고 아버지의 함자를 한자 한자 따로 띄어서 아뢴다.(예컨대, 홍길동인 경우 “홍자 길자 동자 입니다.”) 그러한 미풍양속의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는데 언젠가부터 그 법도가 해이해지면서 버릇없는 언행들이 팽배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어찌하여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범절이 전무하여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대통령을 폄하하고 심지어는 청와대에 쳐들어가자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해대니 이러고서야 무슨 동방예의지국이라 하겠는가!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망언을 일삼는 자들을 의법 처단함으로써 동방예의지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국위를 개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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