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한 이중 언어인

2014-05-10 (토)
크게 작게
이경희(교육가/ 수필가)

이중 언어인이란 두 가지 언어(bilingual)를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물론 지금 한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다중 언어인과 현재 미국에서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아예 이중 언어인으로 키우려고 계획하는 효과적인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토요 한국학교에서 다년간 한국어 교육을 해 왔고 주재원 자녀들에게 한국의 유수 대학들에 합격시켰던 교사로서 이곳에서 태어난 Korean American으로서의 이중 언어인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단일 언어 사용자보다도 이중 언어나 다중언어 사용자가 능력이나 사고력도 월등하고 인격적으로 더 성숙하다는 것은 이미 보편화 된 사실이다.


최근 캐나다 요크 대학에 있는 저명한 심리학 교수 앨렌 비알리스 톡이 개발한 보고서를 보아도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는 풍부한 어휘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억력과 주의 집중력 면에서 그리고 논리적인 문제를 풀거나 동시에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보다 뇌에서 더 활발한 신경활동을 하고 있어 이른바 뇌의 실행 기술이 더 뛰어나다고 했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는 한국 학교로서 꽤 큰 규모의 학교이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입학하고 졸업한다. 밝은 얼굴을 하고 학교생활에 비교적 만족하는 학생이 있는 가하면 불만에 가득한 학생도 있다. 엄마의 성화에 할 수 없이 다니는 학생은 토요일 운동도 하고, 늦잠도 자고, TV 도 보면서 실컷 주말을 즐길 수 있을 텐데 하면서 볼멘소리를 한다.

물론 한국어 공부를 주로 하지만, 태권도, 고전무용, 동요, 동양화, 한국문화, 역사 등을 공부 하면서 정체성은 확실하게 심어지는 것 같으나, 학생이나 부모들이 그 정도 선에서 만족하고 포기하는 것이 문제이다. 부모님과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정도 되고 간단한 말을 하고 들을 줄 알기 때문이다. 중간에 포기하고 졸업 못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우리 아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졸업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좋아하는 학부모들도 많이 보았다.

물론 한국학교를 졸업한 학생으로서 협의회에서 하는 동화대회, 나의 꿈 말하기 대회, 한영 영한 번역대회, 역사 퀴즈 대회 또 한국어 글짓기 대회 등에서 좋은 성적을 차지하는 우수한 학생들도 있다. 그러한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진정한 이중 언어인’ 이란, 그 한계에 도달하는 학생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적어도 한국 신문의 헤드라인을 볼 줄 알며 자가 원하는 기사는 읽을 줄 알고, 우리의 문학 작품을 감상할 줄 알며, 또 자기의 생각한 바를 조리 있게 우리말로 써 내려갈 수 있으며 영어를 한국어로 한국어를 영어로 간단한 번역까지 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중 언어인이 되겠다는 필요성과 목적의식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우리의 자녀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그런 아이들과 자원 봉사를 같이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조용히 기다려 보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