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 괜히 샀나” 후회하지 않으려면…

2014-05-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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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구입 주의점

▶ 4명 중 1명꼴 집 산 후 곤란 겪어, 상당수는 `과분한 구입’이 큰 이유, 주택비용, 소득 3분의1 넘으면 안돼

주택 구입으로 내 집을 장만하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을 대변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주택 구입과 관련된 여러 재정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여생을 즐기며 살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최근에는 아예 주택 구입을 후회하는 사람도 많아져 주택 보유에 대한 한층 달라진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주택 구입을 후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 능력을 벗어난 과분한 구입이었다.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으로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데 따른 후회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주택 구입을 후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주택 구입 후 인생설계 뜻대로 안 돼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제니퍼 베리(41)는 차라리 집을 사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많다. 전국적으로 주택시장이 활황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2001년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드 지역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베리는 당시만 해도 주택 구입 후의 순조로운 인생계획으로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구입한 집에서 약 10년 동안 살면서 집값이 오르면 주택담보 대출을 통해 그동안 꿈꿔왔던 리모델링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동안 행복한 생활을 보내던 베리에게 갑자기 닥친 금융위기와 함께 불행이 찾아왔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이혼 수속을 밟게 됐고 정든 집을 헐값에 처분하면서 집을 살 당시의 모든 꿈이 물거품이 돼버렸다. 베리는 야후와의 인터뷰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떨어졌다”며 “크레딧 점수 유지를 위해 집을 헐값에 팔면서 오히려 보유자금을 지불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베리는 주택 구입 후 한동안 주택 가격이 올랐으나 처분 타이밍을 놓치면서 순식간에 가격 급락을 맛봐야 했다. 또 시세 하락으로 숏세일 등을 통해 처분할 수밖에 없었지만 차후 주택 구입을 위해 모기지 원리금과 거래 가격 간의 차액을 직접 부담해 크레딧 손상을 최소화를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베리는 “20년 후쯤 은퇴할 계획인데 지금 또 30년 만기 모기지로 주택을 구입할 생각을 하니 은퇴시기가 깜깜하다”는 심정이다.


■4명 중 1명 집 사지 말걸

주택 구입에 대한 후회를 털어놓은 사람은 베리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이유로 차라리 집을 사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의 주택 소유주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이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1명은 주택 구입에 대한 말 못할 후회를 속 시원히 털어놓았다. 주택 구입을 후회한다는 주택 소유주들은 한결같이 ‘과분한 주택 구입’을 후회의 이유로 꼽았다.

이같은 답변은 연간 소득 10만달러 미만의 소유주들이 사이에서 많았는데 약 30% 정도가 주택 구입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주택 구입으로 현재 후회가 된다는 심정을 전했다. 분에 넘치는 주택 구입에 대한 후회는 연 소득 10만달러가 넘는 중산층에서도 터져 나왔다. 레드핀의 조사에서 연 소득 약 10만달러 이상 주택 소유주 중 약 14% 정도 역시 과분한 주택 구입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택 구입에 대한 후회는 노년층으로 갈수록 낮아졌다. 65세 이상 시니어층 주택 소유주 중 주택 구입이 후회스럽다는 답변자는 약 14%였지만 65세 미만에서는 이보다 2배나 높은 약 28%의 응답자가 주택 구입을 원망했다.


■ ‘빨리 빨리’ 구입, 후회막심


주택 구입을 서둘렀던 것에 대한 후회의 목소리도 많았다. 사상 유례없는 매물품귀 현상을 빚었던 지난해 어떻게든 집을 장만하고 보자는 바이어가 많았는데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트룰리아 닷컴이 지난해 8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이미 구입한 집이 너무 작다는 후회가 대부분이었으면 5명 중 1명은 홈 인스펙션을 생략하거나 소홀히 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답했다.

매물이 턱없이 부족했던 지난해 상반기 일부 바이어들은 본인의 필요보다도 작은 주택을 구입하거나 구입 경쟁에서 이기려고 홈인스펙션 절차를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결국 모두 후회로 이어졌다.

구입한 주택은 그런대로 마음에 들지만 집이 위치한 지역이 불편하거나 쾌적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트룰리아 닷컴의 조사에서 주택 구입 때 지역 선정에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답변은 약 14%로 4번째로 높았다. 약 15% 응답자는 직장과 너무 먼 곳에 집을 장만한 것이 후회스럽다는 답변이었다.

전문가들은 주택 구입 때 지역 선정은 전적으로 바이어들의 몫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것만이 적합한 지역을 고르는데 도움이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주택 구입이 후회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택비용 가구 소득 3분의 1 넘으면 후회 ↑

주택시장 상황을 떠나 자신의 주택 구입 능력을 벗어난 주택 구입은 언제나 후회를 불러 오게 마련이다. 무분별한 주택 구입으로 주택시장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지가 불과 수년 전으로 앞으로는 주택 구입 때 무리한 욕심을 자제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주택관련 비용이 가구 소득의 약 3분의 1을 넘으면 안 되고 고가 주택 지역의 경우 최대 약 40%를 넘지 않도록 주택관련 비용을 관리해야 한다. 주택관련 비용에는 모기지 페이먼트는 물론 재산세와 화재 보험료까지 포함된다. 예상되는 주택관련 비용을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하고 싶다면 부동산 관련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모기지 페이먼트 계산기를 활용하면 된다.


■수리비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어야

주택 구입 전 주택 건물에 도사리고 있는 크고 작은 결함을 파악하기 위해 홈 인스펙션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그냥 넘길 수 없는 결함이 발견되면 셀러 측에게 수리를 요구하거나 수리 대신 수리비를 받기도 한다. 주택 구입 완료 전 발견된 문제들을 깔끔히 수리했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주택도 일반 물품처럼 기간이 지나면 낡고 문제가 항상 발생하게 마련이다. 특히 전기 관련이나 수도 관련 시설은 눈에 띄지 않아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얼마나 낡았는지를 전문가를 통하기 전에는 파악이 힘들다. 갑작스런 고장이 나면 자칫 주택 구입에 대한 후회가 밀려올 수 있다. 그러나 평소 이를 대비한 수리비 자금을 별도로 준비해 놓고 있다면 위급상황 때 사용할 수 있고 후회도 덜하다.


■믿을 만한 에이전트 선정

부동산 에이전트에 대한 불만이 높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레드핀의 조사에 따르면 주택 소유주 중 약 30%가 주택 구입을 도왔던 에이전트가 탐탁지 않았다고 답했다. 약 8%의 응답자는 주택 구입 절차 중 에이전트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다고 답해 에이전트 선정이 주택 구입 만족 지수에 중요한 역할임을 나타냈다. 에이전트에 대한 불만은 에이전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일이다. 에이전트 선정 때 가급적이면 직접 만나 함께 일할 만한 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선정에 발품 또 발품

주택이 위치한 지역에 대한 후회도 주택 건물에 대한 후회만큼이 많았다. 주택에 문제가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후에 수리나 리모델링을 실시해 고치면 그만이지만 한 번 선택한 지역은 이사 가기 전까지 바꿀 수 없다. 집이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춰도 지역에 따라 시세가 결정되는 만큼 주택 구입 때 지역 선정이 최우선 과제다. 이미 익숙한 지역이라고 해도 구입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구입할 집이 위치한 지역을 시간대별로 자주 방문해 분위기와 문제점 등을 파악해야 후회가 없겠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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