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근혜와 마가렛 대처

2014-05-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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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처 전 영국수상을 존경하며 정치인생의 롤 모델로 삼겠다고 말해왔다. 대처가 누구인가? 그녀의 정치행적과 인물됨을 되짚어보면 박근혜가 어떤 인물이며 장차 한국을 어떻게 이끌어 나아갈 것인가를 예측하는데 참고가 될 수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몰고 온 정치위기와 정통성시비를 무사히 넘기고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을 때의 얘기다. 나이 30대 초반에 영국보수당에 입문, 1979년 수상이 되어 11년 동안 영국을 통치해온 대처는 보수 강경파 정치인으로 투철한 신념과 원칙을 고수하며 타협을 모르는 철의 여인으로 불리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정치구호 아래 수정자본주의 케인즈 이론을 정책으로 펴온 노동당 정권 때 영국은 2차 대전이후 세계 최고수준의 민주주의 복지국가였다.
그러나 식민지들을 잃고 재정부담은 늘어 정권말기에는 IMF 구제 금융을 요청할 만큼 경제가 쇠퇴하였다. 1979년 집권한 보수당의 대처정권은 세금을 줄여 비대해진 정부의 군살을 빼고 노조를 탄압하고 규제는 풀고 북아일랜드 분리주의자들에게는 철퇴를 내렸다.

포클랜드에 상륙한 아르헨티나와는 남미까지 원정, 전쟁을 감행하여 승리함으로서 대영제국의 위신을 지켜냈다. 그러나 그의 신자유주의 친 기업일변도 정책은 부익부 빈익빈으로 노사 간의 모순대결을 심화시켜 영국사회를 양분했다. 대처는 1980년대 금융규제를 모두 풀어 한때 런던은 세계 금융 허브로 부활하는가 싶도록 번영하였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어진 글로벌 신용위기는 영국경제도 강타, 성장은 멈추고 GDP는 6%까지 줄어들 정도로 위축되면서 실업자 수는 그녀의 집권 전보다 많아졌다. 대처의 외고집 불통성격은 보수당 내에서도 반발을 사 결국 11년만의 당수 수상 자리에서 밀려난다.

박근혜 대통령도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어준다)를 외치며 친 기업 신자유주의 경제철학을 신봉한다. 기업가는 자본의 운동법칙, 즉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면서 때로는 공공이익과 모순, 충돌한다. 이런 때 정부가 개입하여 기업이익과 사회이익간의 갈등을 중재하고 조화시키는 조치가 규제라 할 수 있다.

예컨대 공해규제는 기업에 부담을 주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와 인류를 살리는 공공이익을 실현한다. 민주주의헌법의 모범으로 여겨지는 와이마르헌법에도 “소유권은 의무를 수반한다.”고 규정, 공공이익이 개인의 이윤추구보다 상위가치임을 선포함으로서 규제의 정당성을 보증하고 있다.

세월호 회사 측이 이윤극대화를 위해 배의 평형을 유지해주는 평형수까지 뽑아내고 짐을 무리해서 많이 실은 것이 이번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선박회사들의 로비를 받아들여 선령규제를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려줬다. 회사 측은 18년이나 운용되던 고물 배를 10분의 1값에 일본에서 사들여 선실과 짐칸을 늘리고 임금이 싼 비정규직 선원들을 고용하여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느라 수 백 명의 어린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박대통령은 한 술 더 떠 모든 규제를 암 덩어리라고 부르며 규제철폐를 외치고 있다. 1%를 위해 99%가 희생되는 신자유주의는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고 인류에 재앙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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