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의 도발위협과 유언비어

2014-05-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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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남한은 북한이 일으킨 6.25동란으로 3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전국토가 황폐화되다시피 했다. 이 전쟁 발발 전 한국은 사회분위기가 우익이다, 좌익이다 하면서 연일 다툼이었다. 국가를 보호하겠다는 국민들의 의식이 이처럼 무관심 쪽으로 선회하면 결국 고개를 드는 것은 외세의 침입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 간에는 강국만이 살아남는다는 ‘약육강식’의 원리가 있다. 최근 러시아가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토로 흡수한 것도 이 원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경제제재 등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곤 했지만 이를 막지는 못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큰 소리를 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핵만 있으면 미국 같은 나라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는 환상에 젖어있는 이유다. 북한은 이제 남한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이번 세월호 참상은 정부의 미흡한 제도와 부실한 대처로 위기에 바로 대응 못해 더 가중된 것이라며 국민들의 원성과 분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 혼란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유언비어까지 난무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 불순세력이 개입되면서 국론 분열로 불신의 정도가 도를 넘는 게 아닌 가하는 우려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의 위기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역사적 사실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건 국가를 책임지는 지도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이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유일하게 이념으로 분단되어 있는 한반도의 경우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남북은 지금 대를 이어 체재경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김일성의 손자 김정은과 남한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가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북한은 얼마 전 김정은의 고모부 숙청사건을 통해 내부암투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북한의 내부균열 보다는 오히려 단호하게 관리를 하는 듯 한 분위기다. 반면 대한민국 호는 최근까지도 곳곳에 북한의 추종세력이 침투해 활동하고 있다는 설이 돌 정도로 내부가 허약해 보인다.
미국의 한 유명한 경제학자는 경제가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there is no free lunch in this world)”라고 했다. 한국은 내부 국론도 잘 관리하지 못하는 처지에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북한과 체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우월한 낙관론을 펴는 것은 헛된 생각이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사실이 규명 안 된 유언비어로 북한의 도발위협에 빌미를 주고 있는 것은 공짜점심을 먹겠다고 하는 안이한 태도가 아닐까.

지금의 국민적 정서상 세월호 사고는 자칫 천안함 사건이나 광우병 촛불시위 같은 형태의 극심한 국론분열과 혼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의 속성으로 볼 때 이런 호기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참에 국민적 참사를 이용해 과도한 불안 조성 및 국론 분열을 꾀하려는 세력들을 주의해야 한다. 지나친 말과 행동으로 위기수습을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가장 원하는 바가 아니겠는가. 해외의 우리들은 신중한 언행으로 세월호의 상처가 오래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북한은 지금 국민의 피를 빨아 핵 위주로 호시탐탐 남한을 노리고 있다. 반면 남한은 국민은 자유롭고 풍요롭게 잘 사는데 반해 비상시 위기관리 시스템이 너무 허술해 국가 안보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민심은 천심이고 천심을 외면하면 국력이 쇠약해진다.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전국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위협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지금 전국 곳곳에서 눈물 흘리는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잘 보듬어 단단한 국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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