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악의 분신, 이단 사이비종교

2014-05-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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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종교의 순기능적 역할은 인류 이래 수많은 도움을 인간에게 안겨주어 왔다. 종교 자체는 어느 의미에선 미래지향적이며 희망이기 때문이다. 종교는 믿음과 신앙을 전제로 한다. 믿음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소망을 안겨준다. 소망을 가진 사람은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새로운 삶의 지표를 향해 돌진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이 올바른 종교는 사람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며 세상과 사람들에게 유익을 가져다준다. 즉 사람을 살려, 삶을 아름답게 꾸려가게 하는 게 종교의 참된 도움이다. 그렇지 못할 때 종교는 사이비 이단 집단으로 전락하게 되며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몰고 가다, 결국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악의 분신이 되고 만다.


1987년 8월29일 경기도 용인의 한 공예품 공장인 ‘오대양’에서 남녀의 시신 32구가 무더기로 발견돼 세상을 경악 속으로 빠트렸다. 이 가운데 한 어머니와 두 딸의 시신도 함께 있었다. 세 모녀는 어느 개신교 목사의 부인과 딸이었다. 그 목사는 서울에 있는 한 미션고등학교의 교목까지 지내며 주위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남편과 아버지가 존경받는 종교인이었는데 어떻게 그들 모녀가 사이비 종교에 빠지고 죽음까지 가게 됐을까. 당시 오대양 주인은 박순자사이비 교주였는데 그와 오대양 관련자들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의 구원파에 몸담은 적이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는 권신찬씨가 만들었고 이번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씨는 권신찬씨의 사위다.

1978년 11월18일 인민사원 교주 짐 존스는 남아메리카 가이아나에서 900여 명의 신도들을 집단 자살하게 했다. 인디애나에서 태어난 존스는 1950년대 인민사원을 세웠다. 이후 캘리포니아로 옮겼으나 존스의 악행이 세상에 알려지자 그는 신도들을 데리고 가이아나로 옮겼으며 죄 없는 신도들을 죽음에 몰아넣고 자신도 죽었다.

9.11 다음으로 최대 미국인 집단 사망으로 알려져 있는 짐 존스의 자살극. 존스는 신도들에게 극약을 먹게 했고 자신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시체로 발견됐다. 그는 당시 인민사원의 존스타운을 조사하러 현지에 가 있던 미 하원의원인 리오 라이언까지 살해했다. 한 사이비종교 집단이 가져온 비극적 종말이 아닐 수 없다.

신학자 프릿츠 리데나워(Fritz Ridenour)는 그의 책 ‘무엇이 다른가’에서 이단의 규정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단(heresy)이란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원리에 대항하고 분리와 이견(異見)을 조성시키고자 하는 어떤 의견”이라고. 이단은 의견뿐만 아니라 사회악을 조성한다. 지금 세상엔 이런 이단이 종횡무진, 횡횡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보편적이고 인정받고 있는 원리’다. 보편적이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普遍性)을 전제로 한다. 원리는 원칙을, 인정은 곧 신뢰를 뜻한다. 보편적 종교는 이타성과 희생정신을 가진다. 신도들을 갈취하여 교주와 교주 식구들의 배만 불리며 호화롭게 살아가는 종교집단은 사이비 이단이다.

이단사이비가 좋아하는 천국 같은 땅이 있다. 미국이다. 미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라 이단 시비가 법적으로 구속받지 않는다. 그래서 통일교는 미국을 발판 삼아 세계의 재벌이 돼 있다. 구원파도 미국에 들어와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사이비 종교집단들이 세금 면제 받아가면서 살찌우는 곳이 바로 이 곳이다.

302명이 실종 사망된 전례 없는 진도앞바다 세월호 침몰은 기독교복음침례회를 세운 유병언 일가가 자기들 배 속 채우려는 욕심 때문에 빚어진 참사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아직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실종자들이 바다 속 세월호 안에 남아 있다. 식음조차 제대로 못하며 시신이라도 찾아지길 바라는 그들의 가족들.

오대양 집단자살로 죽어간 32명. 아무 죄도 없이 짐 존스를 따랐던 900여 명의 희생자들. 이단사이비의 피해자들이다. 이단의 정체는 종교의 역기능적 역할이 되어 사회와 인류에 악(惡)의 존재가 될 때 이단사이비가 된다. 이단사이비가 언제나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려나. 지금도 횡횡하고 있는 악의 분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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