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29 폭동 22주기를 보내고

2014-05-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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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시민참여센터 소장)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4.29 LA폭동은 두 번의 강산이 변하고 2년이 더 흘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이 고속도로에서 경찰들에게 경찰봉으로 폭행당하는 뉴스를 남의 일로 생각했는데 그것이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만들 줄 누가 알았을까?

폭동의 현장에서 총에 맞아 생을 마감한 20대 초반의 청년 이재성군 그리고 그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는 부모들은 4.29가 오면 아직도 잠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역사를 망각한 집단은 현재 좌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그러면서 다른 집단속에서 사라진다. 우린 이 사건에서 교훈을 찾고 교훈을 언제나 되새기면서 다음의 후손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4.29 폭동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첫째. 여러 민족과 인종이 섞여 살고 있는 미국에서 그림자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992년 그 때 한인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열심히 일해서 좋은 생활여건을 만드는 것, 그리고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는 것이었다. 막상 사고가 나고 이민 와서 피땀으로 모은 재산들이 폭도들에 의해 강탈당하고 잿더미가 되었는데 경찰은 강 건너 불 보듯 하였다.
거기에 한인들을 지켜야 하고 보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인들 시 행정 관료들이 없었다.

둘째. 한인사회를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장사하는 한인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으니 빨리 그곳으로 주 방위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그런 인물이 없었다.

4.29폭동은 이민 100년 한인 역사의 분기점이 되었다. 한인들이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민족 연합국가라는 미국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자기 커뮤니티를 위한 똑똑한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 가까운 예로 브루클린에서 한인 택시 기사가 강도에게 폭행을 당하자 선출된 지 얼마 안 된 론 김 주 하원의원이 그곳에 찾아가서 법안을 만들었다. 또 브루클린 지역에서 한인상권이 공격을 받자 동료 의원의 협조를 받아서 지역 주민들과 한인 상인들의 미팅을 만들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했다. 429 폭동 당시에는 한인사회를 대변할 그런 지도자가 없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멀다. 미국의 주류사회 유권자 등록률이 80%, 대통령 선거 때는 80% 이상의 투표율을 보인다. 그러나 아직 한인 커뮤니티는 그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50%대의 유권자 등록율과 40%대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4.29폭동 22주기를 돌아보며 다시금 우리의 현재 좌표와 갈 길을 생각해보는 그런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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