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회장 선거가 어이 없이 끝났다. 후보등록 중인 것으로 알고 있던 한인사회는 갑자기 신임회장이 당선되었다는 발표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한인사회와 이렇게 동떨어진 채 움직인다면 그런 한인회, 그런 한인회장이 왜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한인회 무용론이 제기된 지는 오래 되었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한인회가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 한인사회가 너무 커졌다. 70년대 초기이민자들이 미국생활의 정보를 교환하고 격려하며 함께 발전하기 위해 ‘우리의 조직’이 필요했던 때로부터 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로 변했다. 문제는 한인사회 구성원들이 21세기를 살고 있을 때 한인회는 아직도 1990년대 즈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한인회가 뭐 하는 단체인지, 그런 단체가 있는 지조차 모르는 한인들이 많은 이유이다.
둘째는 회장선거 때마다 터지는 혼탁한 분열상이다. 중상모략, 인신공격, 야합, 금품? 향응 제공 등 부정선거 논란 그리고 이어지는 법정소송으로 한인사회는 분열과 반목의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봉사 보다는 잡음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한인회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중론이 생긴 배경이다.
이번 한인회장 선거는 이전과는 정반대 측면에서 석연찮은 인상을 남겼다. 비방과 모함으로 인한 과열상이 과거의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누구도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는 사람 없이 맥없이 막을 내린 것이 영 찜찜하다. 선거를 요약하면 케니 박 LA 상공회의소 회장과 제임스 안 전 파바 월드 이사장이 후보등록 서류를 제출, 선거관리위원회가 박씨의 후보등록을 거부함으로써 안씨가 무투표 당선되었다. 박씨가 타인 명의로 받은 신청서류를 사용한 것이 규정 위반이라고 선관위는 설명했다.
전에 없던 이런 규정이 급조된 배경, 안 씨가 등록 마감 직전에 서류를 제출하고 곧바로 무투표 당선된 정황, 경선기회를 박탈당하고도 박 씨가 너무도 선선히 물러나는 듯한 모습 등을 둘러싸고 의혹과 추측, 루머가 나돌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는 루머는 상상만으로도 불쾌하다. 그렇게 움직여지는 한인회라면 한인사회 대표단체라고 할 수가 없다.
한인회가 새롭게 태어나서 무용론을 극복하기를 바란다. 미국사회와 모국에서 한인들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권익을 챙기는 명실상부한 한인사회 대표단체가 되려면 할 일이 많다. 한인회에 대한 불신을 씻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차기 한인회장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