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남윤철 교사를 보내며

2014-05-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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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사회 1팀 기자)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직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6반 담임이었던 남윤철 교사는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배에 남았다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그는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진 오전 10시께 몸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난간에 매달린 채 학생들에게 일일이 구명조끼를 던져주며 아이들을 보호하려 애썼다고 한다.


특히 남 교사는 선실 비상구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먼저 탈출 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이 있는 선실로 다시 돌아와 학생들을 비상구 쪽으로 인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 교사의 노력에 적잖은 아이들이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은 제자는 5세 어린 여자 아이를 품에 안고 극적으로 탈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남 교사는 사고 다음 날인 17일 세월호 후미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위기의 순간에도 사랑과 헌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떠난 남 교사는 1979년 청주에서 태어나 신흥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남 교사의 초등학교 은사인 이현호 씨에 따르면 성격이 쾌활했던 그는 한마디로 공부 잘하고 의리 있는 학생이었다.

그 명랑했던 아이는 국민대학교 영문학과 98학번으로 입학해 졸업한 뒤 올 초 단원고에 부임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소개됐을 법한 남 교사의 사연을 구구절절 다시 소개한 이유는 그가 기자의 형과 대학동문으로 함께 캠퍼스를 누빈 친분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사건은 이렇게 기자에게는 개인적으로 형제의 슬픔으로 한발 더 다가와 있다.

그런데 요즘 세월호 사건을 놓고 사회적으로 분열되는 등 우리 주변에 안 좋은 모습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과 사실을 왜곡하는 일부 언론들의 편파 보도에 이어 일부 동포들마저 SNS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을 놓고 좌와 우로 대립해 논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부 한인들은 희생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해야 할 신성한 분향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을 두고 큰 소리로 언쟁을 벌이는가 하면, 자녀를 잃고 열분을 토한 가족들을 선동꾼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죽음을 맞닥뜨린 순간에서도 학생들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남 교사를 보내며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이번 사고를 바라보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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