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이 살아야 사회가 산다

2014-04-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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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경제가 호황이던 1997년, ABC방송이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는 미국인들의 57%가 미국사회가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가운데 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위기의식은 바로 ‘가정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발표된 정부 보고서를 보면 신혼부부 두 쌍 중 한 쌍 꼴로 이혼을 하고 어린이 세 명 중 한명이 이혼한 부모 밑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10대 미혼모의 출산율이 세계 1위를 기록한다. 이런 결과는 미국의 가정 파괴, 나아가서는 사회 파괴현상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총기난사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결손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사건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모든 가족 구성원의 기둥이자 삶의 원동력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시대는 고도화된 기계문명의 발달로 가족 모두가 개인화되고 윤리 문화의 실종으로 가정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이번 한국의 세월호 참사는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 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하였다. 가족 중 한명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온 가족이 실의에 빠지고 가정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평상시 가족간의 관계를 어떻게 했으며 가정을 어떻게 지켜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생존자구조가 한창인 팽목항에는 지금도 자식이 당장이라도 살아나올 것 같은 희망으로 매일 애태우며 생존자 구조현장을 피 말리는 심정으로 지켜보는 90여명의 실종자 가족이 있다. 모든 생업을 팽개치고 2주 이상 버티고 있는 이들 가족의 참담한 모습을 보더라도 가족이 얼마나 귀한 것인 가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한 가족사랑은 아마 이 세상 어딘 가에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이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 300여명을 죽음으로 내몰고 이들의 가족과 온 국민을 슬픔과 분노로 몰아넣으면서 멘붕상태에 빠지게 한 그들은 대체 어떤 인격의 소유자들인가.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일까.

이번 참사가 총체적인 도덕불감증에서 비롯됐다고 볼 때 원천적인 요인은 가정에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배가 침몰되면서 수많은 어린 학생과 승객들을 나 몰라라 팽개치고 자신들만 먼저 살아나온 선장과 승무원들, 이들이 가정에서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고 자랐다면 이런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 하지만 행복지수는 오히려 반비례함으로써 이혼율, 자살률 등이 세계 1.2위를 다투는 불안한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싹튼 인명경시, 인간의 가치상실 등은 300명이나 되는 고귀한 인명을 어이없이 죽음으로 모는 대형 참사의 주요인이 되었다.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튼튼한 법이다. 사회의 기초가 가정이라고 볼 때 가정의 변화를 위해서 우리도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가정에서부터 자녀들에게 먼저 인성교육을 확실하게 시키는 일부터 해야겠다.

미국사회 전반을 쥐락펴락 하는 유대사회는 남자아이가 13세가 되면 ‘바르 미츠바(bar mizvah)’ 의식을 거행한다. 철저하게 준비된 사전 교육으로 한 인간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의식이다.

한국사회도 이런 교육이 가정과 사회 각계에서 적극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전반에서 인성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대형 참사는 언제고 또 일어날 수 있다. 즉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가정과 사회 붕괴는 시간문제다.

아인슈타인은 저서 ‘만년에 생각하다’에서 아이를 올바른 성인으로 키워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교육이란 책임 있는 인간을 만들기 위한 훈련이다. 그리고 그 힘을 언제 어디서건 사회가 직면한 문제해결에 요긴하게 활용해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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