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암(素岩) 이동식(李東植) 선생을 기리며

2014-04-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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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구(의사)

“생사일여(生死一如) 야!” 선생님이 중환자실에 누워계실 때 전 승가대학 총장 ‘종범’스님이 문병 오셨을 때 불쑥 하신 말씀이다.“왜? 왔다 갔다 하는 거야!”(학회에 충실하지 않았던 제자에게) “또 도망가는 것이야!”(자기의 약점에 직면하지 않고) 이렇게 선생님은 한평생을 직지인심(直指人心)으로 제자를 가르치셨다.

“선불교(禪佛敎)의 핵심이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 이잖니 정신분석치료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정신분석 치료자가 먼저 자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신분석 치료를 받아야 된다 이 말이야.” 선생님께서도 bellevue hospital에서 공부하시면서 william allen son white 정신분석치료 연구소에서 clara thompson이라는 유명한 여의사와 공부하셨다.


1970년경에는 유난히 주체성(主體性)을 강조하셨다.“내가 서양의 정신분석치료와 동양의 도(道)를 공부해 보니까 주체성의 최고 경지가 즉 도(道)야! 보라구, ‘주체성’도 ‘독립과 자유’를 누리되 동시에 ‘책임과 봉사’가 화(和)를 이루잖아? 동양의 도(道)는 느끼는 것이야. 그것도 정확하게 말이야! 이점에서는 ‘주체성’도 마찬가지야. 말(言語)에 걸리면 ‘객체’가 돼. 순간 ‘주체성’을 잃어!”

민족의 주체성을 강조하시면서 ‘민족정기’를 바로 잡으셨고, ‘사대사상’과 ‘식민사관’이 골수까지 젖었던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자각, 탈피하도록 교육하신 것은 참 인상적인 업적이시다.

1964~1966년께 나는 선생님에게 ‘정신분석 치료’를 받았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1978년에는 ‘숭산 행원’선사님을 만나게 소개도 해주셨다. 이러한 인연으로 동양의 도(道), 특히 선불교와 서양의 정신분석 치료의 같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하여 국제학회에서 많은 것을 발표하시고 토론하시는 것을 보아왔다.

결론은 세계적 지도자라는 느낌이다. 벌써 15년 전쯤에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정신분석 치료는 한국이 앞서 갈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내 귓전에 쟁쟁한데, 선생님은 ‘천년의 학’처럼 훨훨 날아가셨으니…….

뵙고 싶은 마음이야 필설로 어찌 다하련만 무거운 짐이 내 어깨 위를 누른다. 이 두 말씀이: 하나는 자기를 속이면 안 된다(無自欺), 둘째는 목숨 안 걸어 놓고 되는 게 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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