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더와 책임감

2014-04-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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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유독 한국 사람에게만 흔한 병이 있다. 그 병은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도 지적했던 병이다. 육신의 병은 아니지만 암보다 더 무섭다.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도 가졌던 병이다. 그 병이 무엇인가. ‘책임 전가’의 병이다.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이 금한 선악과를 따 먹은 후 하나님으로부터 추궁을 받게 되자 아담은 하와에게, 하와는 뱀에게 그 책임을 전가했다. 그때로부터 아담과 하와의 존엄성과 가치는 날개 없는 새처럼 추락했다.

누가 리더인가.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책임지는 사람이 리더이다. 죽음이나 고난이 두려워 그 자리를 피하는 자는 리더의 자격이 없다. 모세를 보라. 그가 핍박받는 동족에 책임지는 마음을 가졌을 때부터 그는 이미 위대한 리더였다. 소년 다윗이 블레셋의 거인 장수 골리앗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이스라엘의 운명에 대하여 의분에 넘치는 책임감을 가졌을 때부터 하나님은 그를 리더로 인정하셨다.


세월호의 사고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시스템 가동에 문제가 있었고, 안전 교육의 미비도 문제였다. 초동 대처가 신속히 이루어 지지 않은 점, 노후 된 선박의 기계적 결함도 문제였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의 부재다. 승객의 생명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선장이 꽃다운 순진무구한 어린 승객들을 배 안에 모두 앉혀 놓은 채, 제일 먼저 구명정에 올라타고 서둘러 땅을 밟은 비겁한 행동이 큰 인재를 가져왔다.

아서 밀러는 그의 대표작 ‘세일즈맨의 죽음’에 등장하는 주인공 윌리 로만은 남보다 먼저 돈을 벌고, 먼저 출세하는 것을 생의 유일한 목표로 삼고 사는 세일즈맨이었다. 그래서 윌리는 자신의 아들에게도 자기와 똑같은 삶을 살도록 가르쳤다. 한번은 윌리의 아들이 이웃집의 나무토막을 훔쳐왔는데 겉으로는 그런 짓을 하면 못쓴다고 야단치면서도, 속으로는 짐짓 ‘이 녀석이 겁이 없네. 앞으로 큰 일 하겠네.’ 라고 흐뭇해했다.

윌리가 이런 이중인격을 소유하게 된 것은 남보다 먼저 돈을 벌고, 남보다 먼저 출세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혼란한 세상은 이런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반드시 경쟁자가 나타난다.

결국 윌리는 경쟁자에 의해 회사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자신이 꽤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경쟁에서 도태되고 보니 자신이 한 없이 불쌍해졌다. 그래서 자살한다. 무덤 앞에서 아들이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는 자신이 누구인지 결코 알지 못하고 돌아가셨을 것이다.”

피난 중의 다윗이 블레셋 땅 시글락에서 아말렉의 기습 공격을 받아 큰 타격을 입었다. 살상가상으로 따르는 동료와 부하들에게 도전을 받아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때에 보통 사람 같아서는 안전한 곳으로 서둘러 피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윗은 그 위험한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도 않았다.

당신은 위기를 만난 리더인가. 시글락의 위기를 인격적으로 돌파한 다윗에게서 책임 리더십의 비밀을 배우라. 조지 워싱톤 카버는 말했다. “세상에서 실패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나쁜 습관이 있다. 그것은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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