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월호의 비극을 당한 가족들에게

2014-04-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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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목사/ 뉴욕실버선교회 회장)

사랑하는 자녀를, 가족을 잃고 비통해 하는 여러분에게 무슨 말로 위로가 되겠는가? 요즘 같으면 차라리 한국인이고 싶지 않다. 경제대국 10위 운운하면서 이런 사고에서 내 딸 내 아들 하나를 꺼내지 못하는, 속수무책의 현상들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함과 부끄러움을 갖는다.

이제라도 생존의 기적을 간곡하게 기도하자. 그러나 기대를 저버린 주검 앞에서 절망과 통곡 속에 있을 가족들과 함께 아파하는 모든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오늘의 눈물은 내일의 기쁨이 될 것이다. 결코 죽음은 끝이 아니다. 계속 비극만 있으라는 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부터 140여 년 전에도 대서양에서 해상참사가 있었다. 뉴욕 출신으로 시카고에서 성공한 변호사 호레이셔 스패포드라는 신앙심이 좋은 사람이 있었다. 당시의 유명한 전도자 무디의 후원자이기도 했다. 그래도 죽음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을 질병으로 데리고 가는 아픔을 만났다. 설상가상으로 그 다음해에는 시카고 대화제로 전 재산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절망 중에 계속되었다. 심신이 낙담되고 지쳤다.

새로운 힐링이 필요했다. 그래서 전 가족들이 유럽 여행을 떠났다. 마침 영국에서 전도 집회를 하는 무디를 도우면서 쉬고 싶었다. 먼저 아내와 네 딸들을 뉴욕 항에서 떠나보냈다. 그는 잔무를 마치고 며칠 후에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사랑하는 네 딸들과의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재난은 한 밤중에 일어났다. 여객선이 대서양 한 복판에서 충돌사고로 침몰했다. 226명이 참사를 당했다. 호레이셔는 아내만 겨우 구조를 받아 생존해 있다는 비보를 받고 웨일즈로 건너갔다.

여객선이 바다 한 복판에 왔을 때 선장은 사고 난 위치를 알려 주었다. 호레이셔는 순간 격한 감정을 짓누를 수가 없었다. 선실로 들어가 비통한 맘으로 가슴을 치며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오! 하나님, 왜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어린 것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차라리 날 데려가시지 않고요?’ 그는 온 밤을 자책하며... 회개하며 괴로움을 다 토했다.

그런데 새벽녘에 갑자기 지금까지 체험할 수 없는 평안을 위로부터 받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시원해졌다. 절대자의 손길을 느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이 임했다. 호레이셔는 급하게 그 평안한 맘을 글로 적었다. “내 평생에 가는 길이 강같이 순탄하든지, 폭풍같이 험하든지 이제 나의 영혼은 평안해!저 험한 파도가 입 벌리고 나를 삼키려 해도 예수는 나의 대장이시니 싸워서 이기리라!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평안해! 평안해!” 이 글은 찬송가(413장)로 태어났다. 그리고 100년 이상 수많은 절망 가운데 있는 자들에게 한없는 위로와 소망이 되고 있다. 참사를 당한 가족들이여! 결코 절망은 없다. 이 모든 오늘의 아픔들이 장차 우리 모두에게 놀라운 은혜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함께 같이 슬퍼하자. 큰 소리로 통곡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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