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크라이나

2014-04-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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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 <전 언론인>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냉전이 부활, 동부유럽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작금의 외신이 전하는 이곳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져 ‘제 2의 시리아’로 유혈내전을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러시아는 ‘주민이 원한다’는 주민자결주의라는 국제법 원칙을 내세워 크리미아 반도를 우크라이나에서 떼어내 병합(annexation) 이라는 수순을 밟아 집어 삼켰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도네츠크 시를 비롯한 동남부지역 친 러시아계 주민들이 러시아로 합치자고 외치며 주정부청사와 공항을 점거하는 가하면 키예프 정부는 공수부대를 급파, 시위대와 충돌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자국민 보호라는 구실로 러시아 대군의 국경지대 집결, 미국 구축함의 흑해 진입, 공해상을 항진하는 군함상공에 러시아 전투기들의 위협비행 등등 최신뉴스가 전하고 있는 긴박한 사태진전 소식들이다.

16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메드베데프 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혈내전으로 발전 할 수 있는 조짐이 보인다며 시민들은 극우민족주의자들이나 미국 CIA 음모가 없는 자국의 미래를 결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복잡다단한 우크라이나 사태의 시작과 원인, 문제의 본질 그리고 향후 전말 등을 대강 살펴본다.

이 나라(영어로는 유크레인 UKRAINE)는 소련방 해체이후 독립하였다. 국토넓이는 남북한의 약 3배, 인구는 남한과 비슷한 4천5백만. 슬라브계인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계가 반반씩이다. 비옥한 흑토대가 넓어 밀 생산 구라파 1위, 철광석이 많아 소련시절부터 금속 기계공업이 발달하였고 군수공장이 많다.

소련이 분해되면서 독립한 이 나라에 남아있던 핵탄두와 미사일 전력은 영국과 프랑스를 능가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이었으나 핵을 포기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 IMF 등 서방측의 경제원조를 받았다. 10년 전 오렌지 혁명이라 불리는 정변이 발생, 친 서방 반러시아 성향의 유셍코 정권이 들어섰으나 오래 못가고 친 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정권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데 달포 전 수도 키예프에서 또다시 반정부시위 등 소요가 일어나 계속되는 혼란 속에서 의문의 유혈사태가 발생, 100여명이 희생되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대통령은 러시아로 탈출하고 정권은 사실상 붕괴되었다. 신정부를 구성한 계파 중에는 극우민족주의자, 네오나치, 부패혐의로 투옥되었다가 정변으로 풀려난 유생코정권인사 등등 다양하다.

러시아 측은 키예프 신정부에대해 서방측대표도 참가한 이전의 정치적 합의를 위반한 쿠데타세력이라고 비난하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강대국 러시아와는 치명적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주민 반 이상이 러시아인인데다가 군항 세바스토폴은 러시아가 장기로 빌려 흑해함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이런 우크라이나가 친 서방으로 돌아 나토(NATO)에라도 가입하는 날에는 흑해함대가 서방의 해군무력으로 되어 러시아를 겨누는 칼끝이 된다. 역사적으로 러시아 제국은 겨울에 얼지 않는 부동항을 찾아 남진정책을 펴오는 과정에서 영국, 터키 등 열강들과 끊임없는 전쟁을 통해 피 흘려 크리미아 반도를 차지하였다.


이런 땅을 소련시절 우크라이나 출신인 수상 후르시초프가 선물 주듯 우크라이나에 떼어주었다. 같은 소련연방인데 러시아면 어떻고 우크라이나면 어떠냐는 식으로 인심을 쓴 것인데 당시로서는 소련이 망해서 우크라이나가 크리미아 반도와 세바스토폴 항을 껴안고 딴 살림을 차려나갈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

소련해체이후 유일초강대국으로 남아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 지금은 재정위기로 휘청대며 아시아에서는 중국, 북한과 대결하고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정부는 크리미아를 집어삼킨 러시아를 경제제제로 응징하려하고 있으나 독일 등 유럽연합과는 에너지 문제로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아 연합전선은 쉽지 않다.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방의 와해로 와신상담하던 공산주의자 푸틴은 마르크스주의는 포기한 대신 러시아제국부활의 옛 꿈을 실현코자 야심과 패기에 넘쳐있다.지금 지구촌은 동방에서는 한반도주변,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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