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전 불감 현주소 보여준 여객선참사

2014-04-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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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국 전남 진도 해상에서 터진 여객선 침몰 사고로 약 300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다. 이 여객선에는 수학여행 가던 고교생 등 475명이 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조도 제대로 못하고 혼선만 가중시키고 있는 국가시스템에 희생자, 실종자 가족들은 슬픔을 넘어 분노로 바뀌고 있다. 구조작업이 지연되면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데 대한 불안감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과 무력감에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있다.

‘IT 강국’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라며 자랑하는 고국의 현주소가 이런 것인지 참담할 뿐이다. 이번 참사는 전형적인 인재이다. 쓰나미나 태풍 같은 불가항력의 재해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정해진 해로를 따라 매주 2번씩 운항하던 6,800톤 급 대형선박이 갑자기 침몰하고 캄캄한 밤중도 아닌 아침 시간에 승객들은 구조의 손길도 느껴보지 못한 채 어이없이 물속에 잠겨버렸다. 안전불감증에 더해 재난대응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결과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사고 위험을 높인 요인들은 드러났다. 우선은 선장과 승무원의 무책임이다. 침수사고 직후, 배의 구조를 잘 아는 이들이 승객들의 대피를 지휘하고, 구명정을 활용해 탈출시켰다면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승객들에게 ‘선실에서 대기하라’고 한 이들은 기본적인 임무를 저버리고 제일 먼저 배에서 탈출했다.

선박의 구조 변경 또한 사고위험을 키웠을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박회사는 탑승 정원을 늘리기 위해 객실부분을 증축했고, 이로 인해 배가 기울 경우 복원력 상실로 사고를 키웠을 수가 있다. 수익을 위해 안전에 눈감은 대가를 승객들이 목숨으로 치르고 있다.

정부 당국의 사고 수습도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 구조 작업이 지연되면서 인명을 구조할 중요한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거세다. 우왕좌왕하면서 재난 대응체계를 제대로 가동시키지 못했다.

실종자들이 생환하지 못할 경우 이번 참사는 최악의 해상 참사로 기록 될 수 있다. 열일곱 무고한 학생들의 억울한 희생, 그 부모들이 겪는 단장의 슬픔을 한국정부는 뼛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안전대책이 이래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고국에서 두 번 다시 이런 후진국 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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