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생명이라도 구조해 주소서!”

2014-04-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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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세상의 일이다. “엄마, 수학여행 잘 다녀올게!”하며 나간 자식이 불귀의 객이 되어 돌아올 줄 그 누가 알았으랴. 방송을 타고 미국까지 들려오는 엄마들의 통곡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이미 벌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꽃처럼 피지도 못한 자식들(16-18세)을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하랴.

4월16일 인천 앞바다를 떠나 제주도로 향해 항해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라남도 진도 해상에서 ‘쿵’하는 굉음과 함께 침몰했다. 여객선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든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을 포함해 교사와 승객 등 475명이 타고 있었다. 선체는 쿵 소리가 난 지 40여분 만에 90도로 누워버렸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기 까지는 1시간여의 시간이 있었다. 이 때, 선장과 승무원이 제대로 대처했더라도 더 큰 피해는 없었을 거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승무원은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란 방송으로 선실에 있던 승객들은 탈출할 기회마저 잃게 해버렸다. 그런데 선장이란 사람은 이런 와중에서도 제일 먼저 탈출해 구조를 받았다.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게다. 하루정도 차이 나니까. 102년 전, 1912년 4월14일 타이타닉호가 영국에서 뉴욕으로 오다 북대서양 뉴펀들랜드 남서쪽 바다에서 빙산과 충돌해 침몰했다. 한국과의 시간차로 볼 때 침몰 날자가 한국시간으로는 4월15일이 아닌가 싶다. 세월호의 침몰 날자와 하루 정도의 차이가 난다.

마의 4월이던가. 이 침몰로 2,200여명의 승객 중 1,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때 타이타닉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Edward J. Smith·1850-1912)는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조타실에서 끝까지 방향키를 잡다가 급류에 휩쓸렸다. 타이타닉 생존자 로버트 윌리엄스 다니엘의 증언이다. 세월호의 선장이 스미스선장 같았다면.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 상황을 만났을 때 한 사람의 리더가 택하는 태도와 행동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려놓기도 한다. 2009년 1월15일 US 에어웨이스 1549편은 뉴욕을 출발, 노스 케롤라이나로 향해 이륙했으나 새때와 충돌해 엔진에 불이 붙었다. 이 때 기장은 재치를 발휘해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했고 155명 탑승객 전원의 생명을 구해냈다.

기장 체슬리 슬렌버그3세는 비행기를 불시착시키기 전에 기내에 두 번이나 들어가 왕복하면서 승객들에게 비행기 사고로 불시착하게 됐으니 조금도 동요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킨 후 물위에 비행기를 내렸다. 비행기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는 어린이와 여자들을 먼저 구출하고 자신은 끝까지 남았고 구출됐다.

세월호 침몰시, 선장과 승무원들조차 나 몰라라 하며 배를 떠나고 있을 때 소방호수와 커튼 등으로 주변 사람과 함께 밧줄을 만들어 20여명의 학생을 구해준 김홍경(58)씨. 선장과는 너무나 대조 되며 감동적이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가슴이 미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제주도에 취직돼 첫날, 일하러 가던 배관공 김홍경씨는 급류에 휩쓸리면서도 물속에 있던 한 명의 학생마저 구조선에 올려 보낸 뒤 자신은 마지막에 구조됐다. 아무리 혼탁한 삶이라도 이런 사람이 있기에 세상이 아름다운 거 아닐까.

세월호 침몰 상황은 승선 475명에 179명 구조, 296명 사망·실종된 상태다. 아직도 배 안에 갇혀 있을 단 한 생명의 목숨이라도 살리기 위해 온 나라와 국민이 그리고 해외 동포들까지 힘을 합해 그들의 무사를 기원해야 하겠다. 한 생명은 우주보다 더 귀하다. “엄마 나 살았어!” 이런 목소리를, 단 한마디라도 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식들의 생사마저도 확인조차 못하고 있는 부모들.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빌면서 또 기도한다. 어느 엄마는 실신하여 일어나지도 못한다. 그들의 타 들어가는 속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세상 어떤 글로도 그들이 당하고 있는 현재의 고통을 나타낼 수는 없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단 한 생명이라도 구조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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