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빈곤은 환경 탓인가

2014-04-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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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국의 1960년대 경제 상황은 세계 최빈국 대열에서 굶는 사람이 허다했다. 당시는 1인당 국민소득이 82달러로 대부분 보릿고개에서 허덕였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잘 살아보세’ 하는 각오로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 보릿고개를 벗어났고 1970년대 오일쇼크를 이겨냈으며 1990년대에는 IMF를 견뎌냈다. 그 결과 20년 만에 국민소득이 1만 달러까지 되었다.

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현대의 정주영과 삼성의 이병철, 포항제철의 박태준, 국가경제의 수장으로 몸을 던져 헌신한 장기영(본보 창업주), 김학렬, 남덕우와 함께 국민 개개인의 피나는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모든 결과는 오늘날 한국이 세계경제 강국의 반열에 들어가는 초석이 되었다. 그 당시 국민들 모두가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임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그처럼 잘 살 수 있었을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국민들이 처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총화단결해서 이루어낸 결과다.


그런데 최근 가난이 개인의 잘못이 아니고 환경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얼마 전 미 경제전문방송 CNBC가 미국인 800명을 대상으로 빈곤의 주요원인에 대해 질문 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수이상인 53%가 “빈곤은 개인의 잘못보다는 출생이나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응답자중 36%만 “개인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의한 결과에 따라 가난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지금까지 우리가 살면서 이루어낸 결과들을 보면 소위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모두 내가 한 선택과 실천에 따라 그 결과가 크거나 작거나 좋거나 나쁘거나 성공적이거나 혹은 실패작으로 나타난다.
세계적인 부호들의 성공비결을 보면 이들에게 공통된 키워드가 있음을 발견한다.
한국의 경제뉴스 ‘위클리비즈(WeeklyBIZ)’ 팀원들이 세계 초일류기업 CEO들을 잇달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생각도 달랐지만 이들이 이룬 부의 성취 이면에는 개인이든 조직이든 가슴 깊숙이 혼을 품고 늘 새로워지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며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는 소통의 묘미가 있었다고 한다.

즉 이들이 이룬 결과는 환경에서 나온 것이 아닌 수많은 연구와 통찰, 현장에서의 치열한 실행을 통해 얻은 지혜의 소산이자 노력의 결정체였다.
물론 가난이 환경적인 요인이나 운 때문에 빚어지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다. 나라의 정치상황, 경제적 여건이 혼란스럽거나 가난이 대물림 되는 경우 평생 노력해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요즘처럼 머리 잘 쓰고 노력만 하면 모든 것이 열려있는 유연한 시대에 가난은 일정부분 나의 책임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왜 어떤 사람은 부자로 사는데 어떤 사람은 가난에서 평생 못 벗어날까. 우선적으로 나의 노력이나 의지, 나의 실천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200억 달러 상당의 거액으로 회사를 매각한 ‘왓츠앱’ 주인공 이야기는 하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 업체 ‘왓츠앱’(WhatsApp)을 페이스북에 매각한 왓츠앱의 최고경영자 잰 쿰(37)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태어난 동유럽계 이민가정 출신이었다. 쿰은 전기와 뜨거운 물도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16살이 되던 해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이주했다. 그는 끊임없이 허드렛일을 하면서 암으로 쓰러진 어머니에게 나오는 푸드 스탬프로 끼니를 해결했다.

그리고 컴퓨터를 독학하며 인터넷 기업(야후)에 입사해서 만난 브라이언 액튼과 의기투합하여 2009년 왓츠앱을 만들었다. 그는 빈곤했지만 이를 개의치 않고 심기일전해서 이 같은 결실을 거두었다. 그의 성공스토리만 보아도 빈곤은 꼭 환경 탓만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부를 거머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열악한 환경에서 더 많이 나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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