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7센트의 교훈

2014-04-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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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

제너럴 모터스(GM)가 또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원인의 발단은 어처구니없게도 단돈 57센트의 부속품 때문이다. GM은 1908년에 설립된 이후로 승승장구하여 오랫동안 미국의 산업을 지배해온 미국의 상징이며 자존심이 깃든 기업이다.

이 기업은 1970년대 이후 급변하는 효율화 시대의 흐름을 무시했다가 신생 자동차 수출국인 일본에게 눌려 수많은 생산 공장을 폐쇄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당시 GM의 경영자들은 심기일전하여 기술 혁신에 매진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무시했던 소형차 개발에도 눈을 돌렸다. 그 결과 최근 10년 사이에 예전의 명성을 다시 회복하고, 시장 점유율 1위의 자리에 다시 올라섰다.

그런데 이 GM이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었다. 10년 전 매장의 한 엔지니어가 점화장치 결함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의 소리를 들었다. 엔지니어는 즉시 그 문제점을 조사하여 해결책을 찾아낸 다음 상부에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직속상관은 그냥 무시해 버렸다. 별로 대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10년 후에 터졌다.


똑같은 문제로 인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지난 1월31일에야 CEO에게 보고가 올라갔다. 회사는 급히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마침내 결함 차량 860만대를 리콜 하는 뼈아픈 결정을 내렸다. 만일 처음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즉시 대응했더라면 57센트짜리 새 스위치로 교체하는 것으로 간단히 끝나는 일이었다.

세계적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Estee Lauder)의 창업자인 에스티 로더는 뉴욕 빈민가의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가난해서 고등학교도 못 나왔다. 대신 로더는 화장품 기술자였던 외숙부로부터 화장품 제조법을 배웠다. 성장한 로더는 자신이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 어려운 집안을 돕고 싶었다. 하지만 판로가 없었다.

그때 동네 미용실 주인으로부터 미용실 구석 공간을 빌려 줄 테니 머리에 클립을 감고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화장품을 팔아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로더는 주저하지 않고 “해보겠다.”고 즉시 대답했다. 로더는 까다로운 부인들의 심리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물건을 팔 심사로 접근하지 않았다. 먼저 부인들에게 질 좋은 샘플을 서비스하는 일로 접근했다. 까다로운 부인들은 로더의 서비스 정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미용실 주인이 로더에게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로 미장원 안에 정식 매장을 차릴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번에도 로더는 주저하지 않고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이 작은 기회가 눈덩어리처럼 불어나 현재는 연매출 88억 달러, 영업이익 10억 달러를 달성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로더가 구사하는 마케팅 전략이 있다. 고객들에게 최고 품질의 샘플을 제공함으로서 신뢰를 얻는 전략이다.

21세기는 서비스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의 시대다. 57센트짜리 부품 교환 서비스를 호소하는 고객의 문제를 10년씩이나 덮어 두었다가 13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내고, 860만대를 리콜 한 것을 두고 한 조사관은 이렇게 말했다. “뱀이 나오면 즉시 죽여야 한다. 그러나 GM에서는 뱀 전문가를 고용하고, 대책위원회를 가동하느라고 서비스할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작은 실천이 큰 감동을 일으키는 경우에 대하여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지어다.” (마태 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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