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 두기!”

2014-04-14 (월)
크게 작게
연창흠(논설위원)

“하루, 일주일, 1개월, 1년, 10년, 50년…”
우리는 오늘을 살고 있다. 내일, 모레도 또 다시 오늘로 맞이한다. 그러다보면 한 달, 일 년이 훅 지나가고, 자기나이의 속도로 세월 속에 흡수되어 가기 마련이다.

오랜 불황에 망한 사람들이 자꾸 는다. 사업체를 유지만 해도 ‘땡큐’할 정도다. 근근이 먹고사는 경우를 더하면 ‘돈’에 허덕이는 한인은 부지기수다. 나아진다는 기대마저 포기하니 얼굴표정은 어둡고, 억지로 웃는 모습에는 우울함이 배어있다.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유행가 가사가 딱 맞는 요즘 실상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사업체를 더욱 키워나가는 한인들도 있다. 가뭄에 콩 날 정도의 몇몇만 말이다.‘빨리 빨리’의 부지런함으로 부를 축적하던 한인들이 이제는 살아나기 위해 ‘빨리 빨리’의 조급함으로 서두르는 모습이 눈에 띠게 부쩍 늘었다. 저렇게 가다가 옆으로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럴수록 더 더욱 침착하고 냉철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다.

물론 충고는 좀처럼 환영 받지 못한다는 걸 안다. 듣기 좋은 얘기도 매번 하면 싫은데 듣기 싫은 소리를 자꾸 하면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지 않으면 점점 더 나쁜 방향으로 가는 게 문제다. 그러니 이럴수록 천천히 가라고 말할 뿐이다.
우리는 매일 오늘을 살고 있다. 오늘은 ‘살아온 날들 가운데 가장 늙은 날이지만 살아갈 날들 가운데는 가장 젊은 날’이라고 한다. 비록 오늘 장사가 어제 같지는 않지만 급하게 서둘고 내달리다보면 오히려 엉뚱한 길로 접어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삶이 어둡고 침침하게 다가올수록 소중하게 다가오는 게 ‘가슴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나, 없나?’가 아닌가 싶다. 장사가 망해도 재기를 꿈꾸고, 장사가 힘들어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분명코 곁에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마음을 쓰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내 곁에 평생을 함께 할 믿음직한 친구가 있으면 무서울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에 웃고 싶을 때 같이 웃어주고 울고 싶을 때 함께 울어줄 사람조차 없다면 돈을 아무리 많이 벌든 무슨 소용이겠는가. 풍요(돈) 속에 빈곤(사람)을 느끼는 외톨이의 신세는 오히려 처량하게 보일뿐이다.그만큼 지금 어떤 사람과 어떻게 어울려 살고 있느냐는 남겨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내 곁에 부모형제와 다른 편안함이 듬뿍 담겨있는 가족 같은 친구를 두고 사는 게 어디 그리 쉬운가.흔히 중, 장년층으로 향할수록 기쁨을 곱해주고 고통을 나눠 갖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는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새 친구를 사귀기보다는 현재 만나는 사람들과 온 세상이 내 곁은 떠났을 때도 나를 찾아올 수 있는 그런 친구사이로 사는 게 더 옳은 방법일 게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즐겁고 행복할 때 한마음으로 그 감정을 공유하며 살 수 있는 ‘인생의 붙박이’같은 그런 친구처럼 말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오늘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친한 친구는 믿고 이해하면서도 이익을 따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진정한 친구는 불행할 때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고 마지막까지 곁에 남아 위로와 힘이 되어 준다.

우리들 앞에는 연속되는 오늘의 삶이 남아 있다.
남겨진 삶의 질적 넉넉함에는 내 곁에 진정한 친구를 두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자신 스스로가 친구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