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애는 신체적 차이의 일부일 뿐

2014-04-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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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세상엔 10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우리 주위에도 한인들을 비롯해 장애를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장애도 정신지체, 발달장애 등 여러 종류의 장애가 있다. 아침이면 한 아파트에 사는 장애인을 본다. 그녀는 나이가 30이 넘었다. 그런데도 정신연령은 5-6세정도 밖에 안 된다.

지적장애인인 그녀는 2층에서 어머니랑 둘이 산다. 다른 가족은 없다. 어머니라고 해야 하나, 할머니라고 해야 하나, 바짝 마른 얼굴에 체념한 듯 미소가 없는 그녀의 어머니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철모르는 다 큰 딸을 위해 어머니는 모든 수고를 감내한다. 그게 엄마의 마음 아닐까.


10여 년 전 취재를 하면서 양팔과 한 다리가 없는 여인을 만난 적이 있다. <마음으로 쓴 편지>와 <입으로 쓴 편지>의 주인공 정근자전도사다. 양손이 없는 정 전도사는 볼펜을 입에다 물고 글을 쓴다. 그래도 아주 잘 쓴다. 정전도사와 식당에서 만나 식사할 때 그 옆엔 건장한 한 남자가 그녀에게 음식을 먹여주었다.

그녀의 남편 고성곤 목사였다. 그는 정전도사와 결혼 후 그녀의 양팔과 한 다리가 되어 주었다. 정전도사는 남편의 도움으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한인들이 사는 곳을 두루 다니며 그동안 수 천회에 걸쳐 간증을 했다. 그녀의 간증은 실의와 좌절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에게 긍정과 희망을 불어넣어 삶의 용기를 안겨 주었다.

장애인이면서도 장애를 이기고 정상인 보다 더 생을 아름답고 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다. 그들을 볼 때 부끄러움을 느끼는 정상인들도 많을 거다. 캐나다 출신의 한 손 바이얼리니스트 아드리안 아난타완은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손과 팔의 일부가 없었다. 그런 그가 세계 정상급 바이얼리니스트가 되어 세계를 누비고 있다.

그는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 장애란 신체적 차이의 일부 뿐”이라며 연주할 때 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 무대에 선 것만 해도 카네기홀을 비롯해 백악관 초청연주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개막식 등 유명무대들이며 유럽과 세계 투어를 하고 있다. 한 손으로 바이얼린을 켜게 된 동기는 자신이 원했기 때문이란다.

정상인 사람들에게는 장애가 없을까. 있다. 그런 사람을 일컬어 인격장애인이라 부를 수 있다. 어느 부인은 남편이 술을 안 먹을 때엔 순한 양같이 모든 게 정상이란다. 그런데 술만 먹었다 하면 폭설과 폭력으로 완전 딴 사람이 된다고 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사지가 멀쩡하여도 인격장애인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어디 술 먹는 사람뿐인가. 마약과 도박 등 해서는 아니 될 반가정, 반사회적 행위를 일삼아 패가망신하고 가족을 고생시키는 사람들 역시 인격장애인의 부류에 넣어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거다. 인격장애는 아주 무서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 2012년 12월14일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초등학교 총기난사의 주인공 애덤 란자.

그는 인격장애를 가진 외톨이 우등생이었다고 주위 사람들은 평한다. 몇 년 동안 외부와 관계를 모두 끊은 상황에서 그는 참극을 빚어냈다. 20명의 초등생과 교직원6명 등 26명을 총기로 난사해 사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에담 란자는 몸은 정상인이었지만 마음에 장애를 가진 인격장애인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4월은 장애인의 달이다.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을 격려하여 그들에게 더욱 큰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는 달이다. 그래서 장애인단체들은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행사에 십시일반 도움을 주는 한인사회와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파트에 사는 장애아 딸을 둔 어머니의 안타까움의 사랑. 서른여섯 살의 어린아이 같은 그 딸, 순진무구다. 양팔, 한 다리가 없는 정근자전도사, 지금도 간증을 통해 희망을 증거하고 있겠지. 장애란 신체적 차이의 일부뿐이란 한 손의 바이올리니스트 아드리안 아난타완. 술만 먹으면 변해버리는 인격 장애인, 총기로 26명을 난사한 모델 애덤 란자. 이들이 진짜 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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