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대영웅과 세상의 빛

2014-04-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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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팔아 생활하던 한 젊은이가 양치기로 어느 부잣집에 고용살이를 하게 됐다. 그러던 중 그 집 딸과 서로 사랑하게 되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아내가 공부를 못한 남편에게 학업에 정진할 것을 간절히 요청했다. 그래서 남편이 어린 아들과 함께 학교를 13년간 다녔다. 졸업당시 그는 당대 최고의 선망받는 학자로 유명해져 있었다. 의학, 천문학을 섭렵했고 여러 나라 언어를 구사할 정도로 박식했다. 그가 바로 유대인사회 최초의 탈무드 편집자 랍비 아키바이다.

아키바는 탈무드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랍비로 유대민족의 영웅으로 불린다. 그가 남기고 간 ‘네 이웃을 아껴라’는 말은 모든 유대인의 삶의 원칙이 되었다. 아키바는 유대교에 귀의한 로마 황실의 귀족이었다. 로마왕은 그의 소식을 듣고 체포명령을 내렸다.

그가 병사들에게 잡혀 집을 떠날 때 문 틈에 놓인 경전을 한 병사에게 집어주며 “내가 너희들에게 이 경전이 무엇인가 말해 주겠다.”고 하면서 “인간 세상에서 왕은 큰 방에 앉아 있고 하인들이 밖에서 보호한다. 하지만 신성하신 하나님은 하인들을 방안에 모시고 자신이 밖에서 그들을 보호하신다.”고 말했다.


로마로 붙잡힌 아키바는 투옥되고 처형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그를 불에 달군 인두로 온몸을 지저 죽이기로 했다. 아키바는 죽음 당시 “나는 신을 사랑하므로 지금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기도할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진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음을 발견해서 정말 기쁘다” 라고 하면서 조용히 임종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리는 ‘이스터 데이(부활절)’를 앞두고 교회마다 참회의 눈물, 참회의 기도, 참회의 통곡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사순절, 과연 한국인 기독교계에도 이런 영적 인 지도자가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원하는 몸 된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은 목회자가 한인사회에는 거의 눈에 띠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천주교계의 김수환 추기경과 불교계의 법정 스님이 한국인들의 가슴에 남아 살아생전이나 죽은 후에도 많은 울림을 주었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서로 사랑하라며 사람들에게 사랑과 헌신을 강조했으며 법정스님은 무소유와 자비 등을 설파하며 세인들로 하여금 삶에 대한 성찰과 생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법을 알려주었다.

일찍이 한국기독교계에도 한경직 목사가 횃불이 되었었다. 한경직 목사는 겸손하고 검소한 생활로 기독교계에 본이 되면서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폈다. 한 목사는 생전에 그의 행적을 인정받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템플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수상 연설에서 “나는 이런 상을 받을 수 없는 죄인이다.” 하면서 공개적인 회개를 통해 참회의 뜻을 밝혀 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이들 3인은 한국 종교계의 거목으로 시대의 어두움을 밝게 비친 등불이었다.

잦은 분쟁에다 개 교회 성장, 이역만리 선교에만 몰두하는 지금의 한인기독교계에서도 이런 거목을 기대할 수 있을까. 배고픈 사람이 늘어나고 실직과 비즈니스 파산 등으로 사회 실패자가 증가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아져도 한인교계에서는 이들을 위한 고통분담, 고통동참, 고통해결이라는 단어를 접하기가 어렵다.

세상의 빛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기독교인에게 “네 마음과 몸과 목숨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했다. 과연 한인목회자들 가운데 예수나 아키바 같은 위인들의 행적을 본받아 헌신하는 영적지도자를 기대한다는 게 요원한 일일까. 이번 사순절을 통해 잘못됨을 참회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각오하는 목회자들이 한인기독교계에서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회 속의 세상’이 아닌 ‘세상 속의 교회’에 목표를 둔 그런 영적 지도자들 말이다.
여주영 주필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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