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의 발견

2014-03-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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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 목사)

뉴저지 팜튼레이크의 경찰서장을 지낸 샐 아레너 씨(71세)는 은퇴한지 20년이 되는데 동네 장의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식 사고로는 조금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이다. 아레너 씨는 장의사에서 주차 안내, 묘지 왕래, 청소, 운전 등, 무엇이든지 한다. 그는 즐겁기만 하다고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행복은 자리나 일의 종류와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를 본받아 뉴저지의 많은 퇴임 경찰관들이 장의사에 취직하여 일하고 있다.(AP통신)

런던에 있는 킹스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치매에 걸리는 확률이 머리와 육체를 쓰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공부를 많이 할수록 치매에 적에 걸리며, 조기 은퇴를 한 사람보다 일을 오래 지속한 사람이 치매에 걸리는 확률이 낮다. 쉬는 것이 행복해 보여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아빠 엄마가 된다는 것은 아이 양육의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AARP(은퇴보험)가 138,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아이가 부모의 혜택을 받을 뿐이 아니라 부모도 아이의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심장마비에 걸리는 확률이 적다는 보고이다.(RECORD지)

행복은 마음에 있다. 태양이 떠올라도 내가 눈을 감고 있으면 여전히 흑암이며, 하늘이 맑게 개어있어도 젖은 옷을 몸에 걸치고 있으면 궂은 비 내리는 음산한 날의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파랑새’의 작가 메텔를린크(M. MaeterLinck)는 그의 작품에서 “어쨌단 말인가! 지금까지 내가 찾아 헤맨 파랑새가 여기에 있었는가! 인간은 너무 멀리 찾아 돌아다니는구나. 정말 파랑새는 옛날부터 여기에 있었단 말인가!”라고 외친다. 놀라운 발견은 인생을 보는 자기 마음의 방향 여하에 달려있는 것이다.

행복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행복을 얻는 그 자체를 인생의 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행복을 의식하지 않고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에 자신을 투자하는 것이다. 파랑새를 붙잡으려고 쫓아다니는 인생은 욕망의 충족에 턱걸이를 하는 삶이며 결국 불행의 열매를 거둔다.

한 노인이 탄 자동차에 이런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은퇴했음-걱정 없고, 서둘 것 없고, 전화 소리 없고, 우두머리도 없음(retired-no worry, no hurry, no phone, no boss)” 이 사람은 행복을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오히려 행복이란 매이는 것이다. 잔소리를 하든, 말다툼을 하든, 피차의 의무로 매일 때가 행복한 때이다. 사랑이란 매이는 것이며 결코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바울은 종교도 하나님께 매이는 것으로 보았으며 “종이 된다”는 표현을 썼다. 그 때 비로소 자유인이 된다는 것이 신약 갈라디아서의 중심 메시지이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말은 구체적으로는 하나님께 매이는 것을 말하며,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은 그에게 나를 묶어놓는 것을 뜻한다.

행복은 얻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고린도 후서 12:9)”고 말씀 하신다. 주어진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이 불행한 것이다. 전정한 행복은 나에게 어떤 일이 생겼느냐 하는 데 있지 않고, 나에게 벌어진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있다. 행복은 내가 원하는 것을 손에 쥐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신앙적으로 말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하나님의 기쁨이 되었느냐 하는 것이 행복과 연결된다.

행복은 결코 물질적이거나 육체적인 만족이 아니다. 만일 행복이 그런 것이라면 편히 놀고 언제나 자유롭고 먹을 것 걱정 안 하는 미국의 소들이 가장 행복한 존재일 것이다. 기쁨, 보람, 희망, 감사, 희생 등이 행복에 직결되는 가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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