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패악, 말세가 도래했나

2014-03-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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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자유기고가)

60대 노인을 네 명이나 되는 젊은이들이 주먹을 휘두르고도 숨이 안차 발길질 까지 하고는 유유히 걸어가는 사진을 보면서 한인사회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손에 묻고 망연자실, 울고 있는 처절한 노인의 모습을 보면서 울분이 치밀다 못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졸필을 들었다.

폭력을 행사한 이유도 기가 막힌다. 주차요원인 노인 어르신이 차를 빼달라고 한 것뿐인데 이런 패륜 망극할 행패를 주말 대낮 사람 통행이 많은 대형 사우나 주차장에서 벌이다니! 추정되는 나이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청년들이라니 도대체 이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은 어디서 자라, 현재 무엇을 하며 지내는 군상들인지 필연코 추적, 체포하여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살다보면 주먹을 휘둘러야 하는 상황이 어찌 없으랴만 원래 주먹세계에서 제대로 놀던 사람들은 절대로 약자는 물론이고 노인에게는 언감생심 아무리 무식 무도한 깡패들도 주먹을 드는 일은 없었다. 소위 졸개들, 어원은 잘 모르겠지만 ‘개만도 못한 졸자’들이라고 부르고 싶은 시장 바닥의 졸개들이나 할 짓을 이곳 미국 땅에 와서 자행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아무리 인성교육이 바닥을 치고 있는 시국이라고 해도 이건 그냥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요, 한인사회가 한번쯤 짚고 넘겨야 할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그들이 따지고 보면 어느 다른 별에서 뚝 떨어져 온 괴물들이 아니고 모두 우리의 자식들이요, 손자 녀석들임을 인식할 때 개탄, 자성하는 마인드와 정서도 조성이 돼야 하고 범교포적으로도 노인 경로사상을 다시 한 번 고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몇 년 전의 이야기다. 먼발치에서 눈인사 정도만 나누던 한인사회의 꽤나 잘 알려진 인사와 맞닥뜨린 적이 있는데 칠순이 다된 사람에게 40대 후반의 젊은 사람이 눈을 똑바로 치켜뜨고 목엔 힘이 들어가 있는 자세로 하는 인사말이 “저, 알지요?” 였다.

옛날 한국에서 같았으면 주먹이 날라 갔어야 할 상황이었는데 불손 무례한 태도에 그만 흥분이 되고 가슴이 벌렁거려서 그냥 째려만 보게 되었는데 오히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반대로 “흥!” 하고 씩씩대면서 잡아먹을 듯 쏘아보는 눈빛을 받으며 당했던 수모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작태와 안하무인격 태도를 취하는 세상에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그 슬하에서 자란 젊은 애들의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리라는 걸 기대하는 건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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