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향기를 잃지 않는 주목(朱木)

2014-03-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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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재(장호마을 어린이후원회장)

강물위로 유람선이 강물 따라 지나간다. 나도 강물 따라 유람선 따라 고향으로 가고 있다. 오늘따라 삼척 장호마을의 어린이들의 해맑은 미소가 가득히 다가오고 그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귀 가득히 들려온다.

춘삼월 봄기운이 온몸을 가득 채우는 착각에 빠지고 있다. 아직도 강바람은 쌀쌀하기만 한데. 매년 3월이 오면 가까운 친구들에게 편지를 쓴다. 내 스스로 이름하여 친구들에게 띄우는 연애편지라 칭하고 있다. 같이 사랑해 보자고, 같이 장호마을 어린이들을 사랑해 보자는 내용을 담았으니 그리 무리한 지칭은 아니라고 혼자 강변해 보고 있다.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1997년 한국의 IMF를 기억하는가? 나라가 거덜이 나버리고 국가부도 직전까지 갔던 그 1997년의 한국IMF. 온 국민은 나라 살리느라 금붙이 모이기도 하고, 나의 한국친구들은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대량 해고되었던 것이다. 나이 50대 초반에 사회의 뒤켠으로 밀려나 버렸던 것이다. 사오정이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유행되고.

그때 경제난국은 온 나라를 뒤덮고 조그마한 어촌인 강원도 삼척 장호마을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른들은 먹고 살기 위해 도시로 떠나고 뒤에 남은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남윤미 소장님의 미담을 어느 한국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안 것이 그때다. 그리고 우리의 인연이 싹트고 올해로 13년째다.

사랑은 아름답다.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친구들아, 그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그리고 친구들아 같이 길을 걷던 (김)철원 변호사를 기억하는가. 작년 이맘때 훌쩍 그 젊은 나이에 세상을 하직했던 김철원을 말이다. 장호마을은 그의 고매한 헌신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교정에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그 향기를 잃지 않는 주목(朱木)을 심어 그의 정신을 기리고 있단다.

친구들아, 우리 또 한 번 사랑의 길을 찾아 나서자. 세상의 모든 추함을 물리치고 우리 다 같이 사랑의 길을 찾아 같이 나서보지 않겠는가.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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