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의 조건’

2014-03-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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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김수환 추기경은 살아생전 “웰다잉이란 품격있는 모습으로 우리들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과정” 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메시지와 같이 이별하면서 남는 사람들과 화해하고 용서한다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좀 더 보람있고 가치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로 이제 사람들의 인식에서 삶을 보다 풍요하게 마무리하고 잘 죽는 웰다잉의 관심이 뜨겁게 일기 시작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레 삶을 마감한 김수환 추기경은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 하세요.“ 라는 부탁의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남편으로부터 수억 달러의 유산을 여러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면서 100세가 넘는 천수를 누리고 간 ‘자선의 여왕’ 미국인 브룩 에스터는 ”돈은 비료처럼 여기 저기 뿌려줘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사람이 죽는다는 건 확실한 일이다. 그런데도 나 자신은 죽지 않는다는 무의식의 신념 때문에 인간은 불행하다.” 라고 죽음에 대한 해설을 명쾌하게 남겼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다만 살아있는 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우울증이나 상실감을 느끼면서 인생을 고통스럽게 보내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삶에 대한 방법을 찾는 일에 너무 소홀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지난해 갤럽의 미국인 생활지수 50개주 조사결과 뉴욕 및 뉴저지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웰빙지수)가 각각 66.9점과 65.5점으로 각각 전국 23위와 35위로 나타났다. 그리고 하위 13개주 가운데 6개주가 동부지역이었다고 한다. 삶의 만족도 1위는 알래스카였는데 이유는 고용확대 등 지역경제 발전에 힘입어 수도 워싱턴D.C를 포함 미국 50개주중 생활수준에 대한 주민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우리가 찾는 행복의 조건은 경제, 즉 돈 일까?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 책임자 하버드 의대 정신과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자신이 주도한 연구를 토대로 쓴 책 ‘에이징 웰(Aging Well-일명 행복의 조건)’ 즉 ‘잘 나이들어간다는 것‘에 그 해답을 담았다. 한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절대적 요소는 고통에 적응하는 성숙한 자세, 교육, 안정적인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적당한 체중 등이라고 하였다. 이 결과는 하버드대 졸업생을 포함, 평범한 남성 45명과 천재여성 90명의 삶을 지난 73년간 설문, 인터뷰, 건강검진 등을 기초로 얻어낸 것이다.

인간의 행복은 결국 사람들이 흔히 바라는 돈이 아님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파랑새를 쫓는 마음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며 복권구입에 열심이다. 이번에도 4억달러까지 당첨금이 올랐다고 마음이 부풀어 적지않은 사람들이 복권을 구입했다. 지금까지 당첨자들의 말로가 대부분 당첨금 몽땅 날리고 부부이혼, 홈리스, 알콜이나 마약중독자, 절도범 등 폐인이 된 사례들을 줄줄이 접했으면서도 거액의 당첨금에 자신의 행복을 건다.

한국에서는 17억에 이르는 복권당첨자가 8년만에 상습절도범으로 경찰에 잡힌 사건이 최근 있었다. 그는 그 많은 돈으로 술과 마약, 여자, 도박 등에 빠져 정신없이 살다가 급기야는 빈털터리로 도둑까지 되었다고 한다.

복권과 관련해 미국에서도 얼마 전에 한 부부의 이야기가 있다. 남편이 구입한 복권을 아내에게 주었는데 이 복권이 당첨되자 아내가 이 사실을 모르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해 남편은 난데없이 이혼을 당했다. 그 아내는 그 돈으로 인근에 빌딩을 사서 호화롭게 지냈는데 남편은 트럭을 가지고 생존을 위해 배달업을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모두는 인간이 그토록 추구했던 거액의 돈이 인간의 심성을 도리어 황폐하게 만든 결과다.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오랜 연구에서 행복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의 원천은 사랑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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