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딸을 잃고 거듭난 자들

2014-03-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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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홍 <목사/미주기독문학동우회 회장>

문학가요 지성인인 프랑스의 빅톨 위고와 한국의 이어령은 많은 유사점이 있다. 문학적 독보성도 있지만 두 사람은 각기 자기 나라의 장관(문교부, 문화공보부)을 지냈다. 딸을 힘들게 한 것도 비슷하다. 빅톨 위고는 우리가 잘 아는 장발장이 주인공인 소설 레미제라블로 유명하다.

레미제라블에 얽힌 일화 중에 세상에서 가장 짧은 편지가 오고 갔던 이야기가 있다. 빅톨 위고가 책 만드는 인쇄소에 “내 작품 절 되어 가느냐”는 의미로 물음표 한 글자 ‘?’ 물으니 인쇄소 주인이 놀랍게 “잘된다.”고 감탄사 한 글자 ‘!’로 대답 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세느 강가에 한 처녀의 시체가 떴다.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유서 쪽지 하나가 나왔다. “나는 아버지가 어머니 속을 너무 썩여 괴로워 견디기 어려워 죽는다” 란 글이었다. 경찰이 신원을 파악해 보니 빅톨 위고의 딸이다. 빅톨 위고는 딸의 죽음을 체험하고 난후 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고 진실한 크리스천이 된다. 그 후 많은 문학 작품을 남기고 장관에 까지 이른다.


이민아는 이어령의 딸이다. 그녀는 변호사요. 목사였다. 훌륭하게 한 세상을 살다가 일찍이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그녀의 고백을 들어 보면 그녀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를 그녀의 아버지 이어령이 오랜 기간 받아들이지 않아 많은 마음고생과 갈등으로 죽음 직전까지 이른다. 신앙이란 사람마다 다 다르니 어쩔 수 없지만, 이어령이 늦게나마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여 죽기 전에 목사였던 그의 딸 이민아는 소원을 풀었다. 몸이 아파 지병으로 그녀는 일찍 떠났다.

빅톨 위고와 이어령은 두 사람 다 딸을 많이 애 먹인 아버지들이다. 두 사람 다 딸을 잃고 새 사람이 되었다.(이어령은 물론 윤리적으로는 나쁜 자는 아니다.) 이어령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필자가 신학대학에 다닐 때다. 한번은 이화여대 교수인 이어령이 우리 학교에서 특강을 하고 난후 갑자기 점잖은 모습을 하고 “나는 참 불행한 자입니다. 왜냐하면 본받을 만한 선배도 없고 나를 따를 만한 후배도 없어서입니다.” 명 강의를 마친 바로 직후라 아무도 웃지 못했다. 그의 패기와 자신감이 강의를 들은 모든 사람을 위압했다. 그의 특강이 끝나고 다른 강의실에 왔을 때다. 한 노교수(박봉랑: 하버드대학에서 박사를 받은 조직신학 교수)가 빙그레 웃으며 하시는 말씀 “나도 젊었을 때는 그런 말을 했어” 그 때야 모두 웃었다.

박목월의 시를 좋아하는 문학가 이 어령은 최근 보다 더 원숙해진 듯하다. 까닭은 아마도 연륜도 있겠지만 딸이 물려 준 신앙이나 먼저 보낸 그녀에 대한 연민 때문이 아닌 가? 싶다. 딸 가진 분들은 아무쪼록 딸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잘 못하면 딸이 죽을 수도 있으니... 물론 생이 놀랍게 변해 위의 분들처럼 더 잘될 수 있다 할지라도. “사랑하는 딸, 누가 뭐라 해도 너는 이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꽃이 아니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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