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봄철 성수기 코앞인데 찬바람 쌩~

2014-03-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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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시장 심상찮다

▶ 집은 보러 와도 막상 오퍼 내는 사람은 없어, 거래량 곤두박질·집값 상승도 크게 둔화, 소득 정체, 금리 올라 구입능력 저하도 원인

봄철 성수기를 코앞에 둔 주택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이맘때 오픈하우스를 보려는 주택 수요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주택시장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집을 보러 다니는 주택 수요자들은 많은 것 같은데 막상 오퍼를 제출하거나 거래로 이어지는 비율은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 일선 에이전트들의 하나같은 하소연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주택 거래량이 곤두박질치고 주택가격 상승이 크게 둔화됐다는 통계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주택 경기가 큰 폭으로 회복된 뒤 나타나는 조정기 현상으로만 보기에는 다소 우려가 따른다. 올해 모기지 금리 상승 전망이 뚜렷해 자칫 주택시장이 1년 만에 다시 침체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최근 주택시장 현황을 자세히 진단해 본다.


◇보러만 오지 사겠다는 사람은 없어

LA 동부의 한 한인 에이전트는 요즘 시름이 조금씩 깊어져 가고 있다. 새해와 더불어 의욕적으로 확보한 주택 매물이 두 달이 되어도 팔리지 않고 있어서다.


셀러가 시세보다 높은 리스팅 가격을 고집해 빨리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에 대한 걱정이 조금 있었지만 올해 주택시장이 나아질 것이라는 쪽에 베팅했다. 그런데 걱정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에이전트의 마음이 다소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집을 내놓자마자 집을 보러오기 시작해 그동안 줄잡아 약 20여명의 바이어들이 다녀갔다. 그런데 집을 사겠다고 오퍼를 써낸 바이어는 고작 한 명뿐. 그나마 이 바이어는 본격적인 가격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다른 동네에 집을 사겠다며 써낸 오퍼를 취소하는 바람에 사실상 오퍼는 한 건도 제출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에이전트는 지난해보다 주택 경기가 다소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봄철을 앞둔 지금까지 이렇게 찬바람이 불 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1월 주택 거래, 1년반 만에 최저

올해는 주택시장의 시작이 좋지 않다. 1월 중 주택 거래가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주택 매물이 부족한 것이 주택 거래 급감 이유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가주를 비롯, 지난해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에서는 매물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가 크게 늘지 못하는 모습이 불안하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지난달 21일 발표에 따르면 1월 중 재판매 주택 거래량은 전달 대비 약 5.1% 급감한 약 462만채(연율 환산)로 추락했다.

주택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이전인 2012년 7월 수준에 불과한 거래량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1월 주택 거래량이 적어도 약 468만채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NAR를 비롯, 일부 전문가들은 1월 주택 거래 감소 이유가 이상 한파와 폭설 등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겨울 날씨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 주변 여건이 지난해보다 크게 악화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주택 매물이 여전히 부족해 집을 사고 싶어도 살만한 집이 없다는 것이 주택 거래 감소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1월 중 주택시장에 나온 주택 매물은 약 190만채로 비수기인 전달에 비해 고작 약 2.2%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해 1월 중 주택 매물량은 지난 12년간 역대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수요자들은 적어도 10채 이상의 집을 본 뒤 주택 구입 결정을 내리기를 원한다”며 “고를 만한 집이 적어 쉽게 주택 구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월스트릿 저널과 인터뷰했다. 매물 부족과 함께 급등한 주택 가격, 모기지 금리 상승, 주택 구입 능력 하락 현상 등으로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값 상승 둔화

세지난해 거침없이 올랐던 집값도 최근 상승 속도가 완화되고 있다. 올해 전국적인 주택 가격 상승폭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지난해 12월 주택 가격 상승세가 소폭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S&P 케이스 실러 20대 도시 주택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3.4%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전달 11월 상승폭인 약 13.7%보다 소폭 하락해 주택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S&P 주택 가격 지수는 지난해 6월부터 연간 대비 매달 상승세를 유지해 오다 지난해 12월 최초로 하락한 것이다.

주택 가격 둔화 현상 역시 이상 한파로 인한 주택 거래 급감이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모기지 금리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는 점도 주택 가격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상승 둔화현상이 지속되고 고용시장이 개선되면 주택 구입 능력이 향상돼 주택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이클 페롤리 JP 모건 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 전망이 밝은 편이지만 회복 강도는 지난해 상반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집 사기 너무 힘들다

지난해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주택시장을 떠난 주택 수요자가 많았다. 집을 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집값 상승으로 주택 구입비용이 턱없이 치솟았기 때문이 주택 구입 능력 저하에 따른 비자발적인 주택 수요 감소다. 주택 가격 급등과 모기지 금리 상승이 동시에 이뤄진 반면 개인 소득은 여전히 정체상태인 점이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차압 매물 정보업체인 리얼티 트랙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간 가격대의 주택(침실 3개짜리)을 구입할 때 필요한 월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인 1년 전보다 무려 약 21%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집을 사려면 1년 전보다 소득이 20% 이상 늘었어야 하는데 대부분 가구의 소득은 변동이 없었던 반면 주택 구입만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대런 블룸퀴스트 리얼티 트랙 부대표는 “주택 구입비용과 정체상태인 개인 소득 간의 간극이 주택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벌어지고 있다”며 “모기지 금리 상승에 영향을 받지 않는 투자자들이 주택 가격을 너무 올려놓은 탓이 크다”고 인맨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LA의 경우 중간 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연간 가구 소득 수준은 1년 전 약 6만8,000달러에서 무려 9만5,000달러로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업계 신뢰도 추락

주택 건축업계는 향후 주택 판매 전망을 미리 진단해 주택 신축에 나서는데 업계의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2월 중 주택 건축업계의 신뢰도가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국주택건축업협회’(NAHB)와 웰스파고 은행이 발표한 2월 ‘주택시장지수’(HMI)는 1월보다 무려 10포인트나 떨어진 46을 기록했다. 지수가 50이 넘어야 향후 6개월간의 신규 주택 판매 전망을 밝게 보는 업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월 중 지수가 50에 미치지 못해 1년 중 가장 바빠야 할 여름철 신규 주택시장 전망이 밝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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