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림의 역할

2014-03-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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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넷 홍의 디자인 하우스

▶ 자넷 홍 <디자인 하우스 대표>

우리의 인생엔 늘 어떤 모양의 그림이 기쁘거나 슬프게 그려져 간직되어 있다. 항상 그림의 아름다움과 인지도에 대해 생각해 왔지만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그림이 공간에 차지하는 역할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된다.

사실 너무나 아름답고 완벽한 공간을 그대로 살리는 것도 그림이요, 망치는 것도 그림이다.

어느 클라이언트의 저택을 멋지게 꾸며 드렸더니 이제 집이 훌륭히 완성되었으니 그림엔 돈을 안 들이고 싶다면서 어디 가셔서 혼자 그림을 사신 후 온 집을 다 치장해 집의 멋진 분위기를 망쳐 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때 아직 그림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고객이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흔희 그림은 액세서리이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버린다. 그러나 그림이야 말로 정서에 필요하며 인테리어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공간의 완성이다.

그림이 얼마나 공간의 형성에 멋들어진 영향을 끼치는지, 가구와 커튼과 인테리어에 어우러지는 그림의 조합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언밸런스한 그림 한 점으로 공간이 확 살아나기도 한다.

모던한 분위기엔 모던한 그림이, 클래식한 분위기에는 클래식한 분위기가 어울리지만, 그림은 이런 일반적인 상식을 거부하는 매력이 있다. 클래식한 집에도 모던한 작품 한 점으로 믹스 앤 매치하여 멋스러움이 한껏 살아나기도 하고, 모던한 집에 클래식한 동양화가 플래시 박스에 넣어져 모던한 느낌을 만들기도 하니 말이다.

작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작가들의 순수 작품과 커머셜 작품으로 나눠지고, 손님의 취향과 선택으로 단지 인테리어에 맞게 돈 들이지 않고 적합한 선에서 꾸밀 것인지, 다소 고가이나 작품을 좋아해 즐기기도 할 것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아는 고객 중에 작품을 너무 좋아하는 분이 계신데,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셔서 집 전체를 작품으로 꾸미셨다. 그 분 집에 들어가면 왠지 모를 색다르고 깊은 분위기가 넘치는 듯하다.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고 아끼는 그분의 성품을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림에는 하이앤드인 작가의 작품만 있는 게 아니라 돈을 안 들이고도 업그레이드 시킨 대중화된 그림이 많다. 가족사진을 걸기 위해 프레임을 맞춰도 400달러 정도하지만 다양하고 멋진 그림들이 액자까지 포함해 300달러면 얼마든지 구입할 수가 있다.

그림이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물론 훌륭한 작가의 작품도 좋지만 나를 감동시키는 그림 한 점이 차지하는 매력이 구석구석에 걸려 내가 거주하는 공간에 딱 맞아 떨어진다면 그것의 가격에 상관없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움은 마찬가지다.


그림은 색감과 스타일, 그리고 무엇보다 사이즈가 맞아야 한다. 큰 공간에 작은 그림을 걸 경우도 나름 계획된 디자인 안에 속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이즈에 맞춰 그림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 그림을 한 개를 걸 뿐만 아니라 정해진 벽면 안에 두 개 세 개 혹은 다수의 같은 작품을 걸 수도 있고 벽 한 면을 각자 다르나 어울리는 크고 작은 그림들로 나만의 갤러리를 만들 수도 있다.

때로는 그림 대신 거울을 매치해 어울리게 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다이닝이나 복도에 거울을 설치해 더 깊은 공간감을 표현해 줄 수도 있고 거울이 가진 디테일과 다양성, 화려함이 그림과 적절히 매치됐을 때 더해지는 세련감도 느낄 수 있다. 그림에는 부조 같은 조각도 있을 수 있는데 단순히 일차원적인 그림만 걸게 아니라 이차원적인 부조를 더하면 한층 더 독특한 공간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그림 한 점이 걸릴 때 주는 느낌은 크다. 이 그림은 어떻게 걸어야 그 효과가 배가 될까를 생각하면서 그림을 걸 때, 꼭 작가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좋은 느낌의 어울리는 작품 한 점으로 공간도 살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면 얼마나 일석이조 일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인테리어의 완성은 그림으로 이루어진다.

(213)380-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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