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이팅’

2014-03-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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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선(자유기고가)

8년 전 쯤만 해도 한국산 자동차, 현대는 이곳 미국시장에서 별로 보잘 것 없었다. 뉴욕시내에서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때때로 현대차가 길에서 눈에 뜨일 때면 그런대로 기분이 좋고 마음이 흐뭇해지곤 했었다. 그 당시 내가 보았던 현대차의 느낌을 적어 8년 전 이 지면에 설레는 마음으로 칼럼을 기고한 적도 있었다. 그때만 해도 현대차는 값이 쌌다.

미국사람들이 들어보지도 못했던 전례 없는 10년 워렌티를 준다고 해도, 중고가 되어 팔 때에 똥값을 받게 된다고 빈정대면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때였다. 20여 년 전 필자가 섬기던 교회의 담임목사님은 그래도 우리 한인들이 국산차를 타주는 것이 멀리서나마 애국하는 것이라며, 솔선해서 회색 소나타를 몰고 다닌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 6-7년이 지난 오늘의 현대차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음이 그 안에 마치 기적이라도 일어난 듯도 하다. 현지생산은 물론, 두드러진 디자인, 미국소비자들을 충분히 매혹시키는 외형, 몇몇 유명 외제차들과도 과감히 겨루며 경쟁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음에 틀림없는 것 같다.

요즘은 나가기만 하면 뉴욕시내를 누비고 다니는 수없는 현대차들을 본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미국인들이고 한인들도 더러 눈에 뜨인다. 앞으로 내가 차를 바꿀 때는 일본차 캠리나 혼다 대신, 꼭 현대의 소나타로 하겠다고 다짐해 두었다.

기다려진다. 여담일지는 몰라도 현대차가 인도에 처음 상륙했을 때 우선 알아차린 문제점이 있었다. 인도남자들이 항상 머리에 감고 다니는 ‘터번’이었다. 이 때문에 차에 들어가고 나올 때 큰 불편을 느끼는데 이 문제만 해결하면 승용차시장을 독점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차문의 높이를 과감히 새로 디자인하여 터번을 쓰고도 출입하는데 전혀 불편이 없게 되어 인도시장을 독점했다는 일화도 있었다. 멋진 사업능력이다. 현대 화이팅!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화이팅’을 한다.

실인즉 이것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나면 정말 우스꽝스럽고 황당한 꼴이 되는 것이었다. 경기 때 운동선수에게 ‘화이팅’ 이라고 외쳐도 진정 싸우라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결혼식에서 신부신랑이 서로 파이팅 한다. 애인끼리 파이팅 한다. 학부모가 어린학생들을 대놓고 화이팅 한다. 늘어놓자면 한이 없다.

하지만 이제 필자는 오히려 이 ‘화이팅’에 완전히 매혹 당했다. 나는 아제 마음 놓고 아무 때고 내어놓고 ‘화이팅’ 하련다. 우리 한국인들이 있을 때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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