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틈만나면 도박사이트...불법 하우스 출입까지

2014-03-0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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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도박 수렁에 빠지는 한인 청소년들

맨하탄 등에 10대전용 도박장 속속 개설
빚 감당 힘들어 마약.정신질환 이어지기도

#사례1.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모(16) 군은 요즘 인터넷 도박 문제로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A군은 그동안 컴퓨터 게임 아이템을 구입한다는 핑계 등으로 부모의 크레딧카드를 빌린 뒤 도박 사이트를 내방 들락거리듯 도박을 즐겨왔다.

그러나 배팅액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졌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아버지로부터 얼마 전 덜미를 잡혔다. A군의 부모는 “잃은 돈도 돈이지만 아직 열 여섯 밖에 안된 아이들에게 도박을 허용하는 도박 사이트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혀를 찼다.

#사례2. 뉴저지의 모 식당에서 서빙일을 하고 있는 B모(18)군은 얼마 전 다량의 진통제를 집어삼키는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 이유는 다름아닌 도박 빚 때문. 명문고를 다니던 모범생이었던 B군은 재미삼아 친구들과 갬블링 승률분석을 하다 도박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또래 친구들이 운영하는 사설 하우스(도박장)까지 출입하면서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부채로 시달려왔던 것이었다.


도박전문 상담기관을 찾은 B군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도박장 유혹을 떨칠 수 없어 죽고 싶은 심경 뿐”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도박이 한인 청소년들을 위협하고 있다. 일부 빗나간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불법 도박이 10대 한인 학생들을 노리며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 경우 성인들에 비해 죄의식이나 판단력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도박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인 청소년 상담 기관들에 따르면 도박에 빠진 한인 청소년들을 보면 상당수가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시간과 공간에 구속받지 않고 얼마든지 도박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만큼 주위의 강제적인 계도가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분석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들어 성인 도박장 뺨치는 10대 전용 하우스 도박장들까지 곳곳에 개설되면서 엄청난 빚을 지는 청소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 선도기관인 유스앤패밀리포커스의 이상숙 대표는 “얼마 전부터 맨하탄 등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도박장들까지 생겨나는 등 어느새 불법 도박이 청소년들 사이에도 뿌리 깊게 퍼지고 있다”고 말하고 “도박 문제는 단순히 도박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빚 문제는 물론 음주와 마약, 각종 정신적 질환으로 이어져 젊은 인생을 망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상담 전문가들은 부모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자녀들이 도박에 빠졌는지 여부를 충분히 알 수 있다며 부모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가장 중요한 예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바쁜 이민 생활 속에서도 자녀들의 생활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자꾸 돈이 필요하다고 하진 않는지, 교우 관계는 괜찮은지 등을 관심있게 지켜보면 도박 문제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문제연구소 레지나 김 소장은 “도박중독은 치료가 아닌 평생 관리해야 하는 문제”라며 “청소년 시기에 중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잘못된 도박관을 갖지 않도록 부모가 이를 어려서부터 교육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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