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는 모두 현수다’

2014-02-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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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상(전 언론인)

한국에서 지난해 말 미국으로 입양된 3살짜리 현수의 죽음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사건을 담당한 검찰은 “양아버지인 오캘러한이 아무 잘못 없는 순수한 아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처참히 폭행한 끔찍한 범죄”라고 밝혔다. 담당 판사 역시 같은 이유로 오캘러한에 대해 보석금 없는 1급 살인과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했다.

이 비극적인 현수 죽음으로 인해 한인 아동의 미국입양 세계 4위의 실태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대다수의 한인 입양 아동이 좋은 양부모 사랑으로 잘 자라고 있기 때문에 실패 사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한 예로 지난 2011년 노숙자로 전락한 한인 입양 쌍둥이 자매가 있다. 메릴랜드, 버지니아, 워싱톤 DC 등지로 떠돌던 민미경-미영(33) 자매는 당시 워싱턴 총영사관을 찾아가 “우리는 한국인이다. 한국으로 보내 달라”고 호소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입양아 아니더라도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우리 해외한인들 모두 한(恨)을 품고 조국을 떠난 ‘안현수’로 우물 ‘안’ 선수가 전화위복(?)으로 ‘바깥’ 세상 선수가 된 사람들 아닌가. 그 대표적인 예가 국적이 어떻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다 김용 세계은행총재이다.

미국 건국의 정신적인 국부라 할 수 있는 영국인 탐 페인이 말한 대로 “내 나라는 세계이고 내 종교는 선행을 하는 것”이라면 그의 수제자라 할 만한 사람이 있다.
지난해 7월 91세로 타계한 개리 데이비스는 1948년 5월 25일 파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나타나 그의 미국시민권을 포기 반납했다. ‘세계시민’으로 자신이 만든 ‘세계여권’ 제1호를 소지하고 65년 동안 ‘한 세계(One World)’ 운동을 벌여왔다.
1961년 출간된 그의 회고록 <내 나라는 세계다>에서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독일 브란덴버그 상공으로 첫 출격 이후 나는 양심의 격통을 느꼈다. 얼마나 많은 폭탄을 투하했나? 얼마나 많은 남자 여자와 어린이들을 내가 살인했나?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나는 자신에게 계속 반문했다.” 그가 찾은 다른 길(The Other Way)이란 국가간의 국경을 없앰으로써 분쟁과 충돌을 없애자는 것이다.
이런 길이란 내 둘째 딸 수아처럼 우리 모두 인생순례자의 ‘지로역정(地路歷程)’에 오르는 것이리라.

스코티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인 수아는 이번 일본, 한국, 중국 등지로 극동 연주여행을 마치는 대로 3월 15일부터 5주간 800Km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했단다. 죤 버년의 <천로역정>이나 단테의 <신곡(神曲)>은 못되더라도 적어도 추모의 ‘인곡(人曲 내지 人哭)’은 되리라.(수아의 남편은 영국 특수부대 조종사로 복무하다 피부암 말기 판정을 받고 의병제대했었다. 2012년 여름 인터넷 데이팅 서비스를 통해 수아를 만나 교제하다 결혼한 지 5개월 만에 만난 지 13개월 만에 지상을 떠나 ‘천로역정’에 올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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