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대가 여성을 부른다

2014-02-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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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한두 달 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Frozen, 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이 영화는 오로라, 협곡, 빙하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닌 노르웨이를 무대로 한 아란델 왕국의 두 여성 이야기다.

공주 엘사는 눈과 얼음을 만드는 초능력을 지녔는데 동생 안나와 놀다가 잘못 스친 얼음이 동생을 다치게 한다. 왕과 왕비는 트롤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안나를 치료하고 충격을 받은 엘사는 자신의 방에 격리되어 외롭게 성장한다. 왕이 죽고 엘사의 대관식날, 동생 안나는 처음 만난 남부제도 한스왕자에게 반하고 그의 청혼을 받는다. 쉽게 결혼을 결정한 동생과 다투던 중 앨사의 초능력이 발휘되고 사람들이 공포에 질리자 앨사는 북쪽 산으로 올라가고 왕국은 꽁꽁 얼어버린다. 안나는 생명을 무릅쓰고 눈사람 울라프, 얼음장수, 순록과 함께 언니를 찾아 나선다.


자신의 초능력을 통제할 줄 몰라 감추고 살다가 ‘아무도 상처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택해 얼음궁전에 갇혀 지내는 앨사, 언니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동생 안나, 자매애가, 사랑이 초능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자 왕국에 봄이 찾아든다.

잘생긴 한스 왕자가 실은 왕권 찬탈을 위해 안나를 거짓으로 사랑하고 앨사를 죽이려 한다든가, 왕자 필요 없어 하고 혼자 일어서는 씩씩한 두 자매 이야기가 통쾌하기 그지없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앨사는 당당하게 외친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아 유 레디(Are You Ready!)’ 소리치고는 손가락 끝으로 분수를 얼리고 바닥에 빙판을 만들자 다들 스케이트를 타며 유쾌한 잔치마당이 벌어진다. 사람들이 무서워하던 초능력이 언제 어느 때라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장기가 된 것이다.
지도자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때는 국민들이 상처입고 멍들고 병이 든다. 하지만 훈훈한 봄바람처럼 보살피면 국민들은 아픔에서 치유되고 살만한 세상이 된다.

그동안 여성 총리, 대통령, 여성 CEO 등 많은 여성 지도자들이 대활약을 했고, 하고 있다.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평범한 가정주부로 최고 위치에 오른 코라손 아키노, 미얀마의 등불 아웅산 수치, 낙천적이고 따스한 리더십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최초의 흑인여성총장 루스 시몬스,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휴렛 팩커더의 최고 경영자 칼리 피오리나까지.

‘겨울왕국’ 무대인 노르웨이의 할렘 브룬틀란(1939~ )은 세 차례 총리를 지냈고 세계최초의 여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을 지냈다. 작년 가을에는 세계여성경제포럼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는 그녀는 ‘시대가 여성을 부른다’는 말을 통해 여성의 리더십을 새롭게 부각시켰다.

네 아이의 엄마기도 한 그녀는 특히 대립과 갈등 구조로 문제를 풀어가던 남성 정치에 대해 포용과 화합으로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갈 방법을 제시했다.지금 학교나 직장에서 여성이라는 벽에 부딪쳐 절망하고 있다면 차별과 어려움을 딛고 당당히 자기 이름을 찾은 여성 리더들의 공통적인 장점을 되새겨 보자.

실망할 시간에 실력을 갈고 닦는다, 확고한 목표를 갖고 팀워크를 중시한다, 스스로의 한계나 사업의 장래성을 정하지 않는다, 자신과 겸손함 사이에서 공정을 유지한다, 하고 있는 일을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네트워크를 잘하고 적극 활용한다, 이 정도면 유리천정쯤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지 않겠는가.

만일 앨사가 초능력을 감추고 자신만의 겨울왕국에 파묻혀 살았다면 평생 외롭고 성격조차 배타적이고 공격적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뒤늦게 자매애를 발견함으로써 얼마나 행복한 생을 살게 되었나.

요즘처럼 경제가 꼬이고 안풀리는 시대에는 여성 리더십이 남성 리더가 해결 못하는 부분을 좀더 쉽게 생활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여성 리더들, 3월은 여성의 달이다. 수석합격, 수석졸업, 미래의 여성 지도자들 미소가 빛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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