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웃을 향한 진정한 사랑

2014-02-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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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22:39). 예수가 말한 가장 큰 계명 중 하나다. 첫 번째 가장 큰 계명은 신(神), 즉 조물주 하나님을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사랑하라”이다. 조물주와 이웃을 성심을 다해 사랑하라 한 예수의 이 가르침은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변할 수 없는 진리 중 하나다.

유대인 가운데 한 율법사가 예수에게 와 시험하여 질문한 “율법 중에 어는 것이 크나이까?”에 예수는 이처럼 사랑을 첫째로 꼽았다.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綱領)이라 말한 근원은 구약성서의 “원수를 갚지 말며 동포를 원망하지 말며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레위기19:18)에 근거한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처럼 하라 했는데,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것이 이웃사랑의 전제(前題), 즉 먼저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웃사랑에 앞서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함이 옳지 않을까. 이 말은 자칫, 남을 배려하는 이타심(利他心)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심(利己心)에 결부시킬 수 있어 오해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이기심은 욕심을 채우는 것으로 자신을 사랑함이 아니다.

자신을 사랑함이란 자신에 대한 용기와 긍지다. 인간으로 태어난 자부심이다. 자부심은 자만심이 아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을 냉대하거나 학대하지 않는다. 어떤 역경에 들어서도 자신을 믿고 자신 있게 밀고 나가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종교철학자 마틴 부버는 ‘나와 너’(Ich und Do)란 책을 통해 인간의 비인간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기계의 부품처럼 살아야 되는 현대문명의 현상이 인간의 인격성을 파괴시키고 인간이 인격체인 자신마저도 사랑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을 통렬하게 지적했다. 그러니 자신도 사랑 못하는 인간이 어찌 하나님을 사랑하랴.

그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깨어진 세계에서 찢기고 또 자신도 찢으면서 해체되고 자기도 그 해체작업에 한몫 거들면서 분열되고 또 그 분열을 추진하면서 살아간다고 보았다. 그러며 인간은 자기로부터의 소외와 자기상실감 속에서 기쁨을 잃어버린 존재가 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그는 ‘나와 너’가 아닌 ‘나와 그것’의 관계로 설정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관계는 나와 너의 만남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나와 그것의 만남은 인격체와 비인격체의 관계다. 그런 관계에선 사랑도 자리할 곳이 없다. 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할 때, 나는 자신 속에 숨겨진 또 하나의 인격체와의 나와 너의 관계를 저버리게 된다. 그로 인해 자신은 조물주와의 관계설정도 막연해진다.

조물주, 즉 하나님에 대한 사랑은 보이지 않는 관계의 사랑이다. 그것은 나와 너의 관계인 이웃에 대한 사랑과 자연에 대한 사랑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마더 테레사의 사랑, 그것은 이웃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삼고 그들을 위해 살아가는 하나님 사랑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세상엔 크게 네 종류의 사람들이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나도 사랑하고 남도 사랑하는 사람, 둘째 남은 사랑하는데 자신은 사랑 못하는 사람, 셋째 나는 사랑하면서 남을 사랑 못하는 사람, 넷째 나도 남도 같이 사랑을 못하는 사람 등이다. 이 중 당연히 지향해야 할 것은 나와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동시 사랑의 인간상이다.

2월17일 경주 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져 10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당했다. 처참한 상황에서 후배들의 비명소리에 다시 들어가 그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어버린 양승호(25)씨. 해병대출신으로 복학해 학과대표를 맡았었다. 그의 죽음은 이웃사랑을 실천한 살신성인의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의사자’(義死者) 신청이 추진되고 있단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했던 예수는 33세에 십자가에 달려 목숨을 잃었다. 예수의 죽음은 인류의 속죄, 즉 인류를 하나님과 화해시키려 한 화목제물로 해석된다. 사랑. 사랑만이 나와 너, 나와 조물주와의 관계를 화해시키고 해방시킬 수 있음에야. 양승호씨의 살신성인의 죽음. 그야말로 이웃을 향한 진정한 사랑이 아니고 또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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