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박수치는 한인사회를 기대하며

2014-02-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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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훈(사회1팀 기자)

화려한 눈과 얼음의 잔치,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이제 막바지를 치닫고 있다. 지난 7일 화려하게 막을 올린 소치 동계올림픽에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며 뉴욕 일원 한인사회에서도 각종 동계올림픽 관련 소식이 지난 2주간의 주된 얘깃거리가 됐다.

이억만리 바다 너머의 고향을 가슴에 묻고 바쁜 이민생활의 쳇바퀴를 돌다보면 태극기를 가슴에 새긴 대표선수들의 모습만 봐도 더욱 뭉클해지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그들의 선전에 환호를 지르다가도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도 하고 비난도 한다.


특히 올림픽과 같이 전 세계가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국가대항전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으레 메달수와 순위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각종 매체들은 획득 가능한 메달 개수나 예상 순위를 산출하기에 여념이 없다.

쇼트트랙에서는 금메달이 몇 개가 가능하며, 이상화는 몇 초 내의 기록을 달성해야하며, 김연아는 몇 점을 넘어서야 한다는 등 본격적인 숫자 놀음에 바빠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대했던 선수가 이에 못 미치기라도 하면 원성(?)아닌 분노를 쏟아낸다는 것이다. 빙속 경기에 출전했던 모태범, 이승훈 선수가 대표적인 케이스로 두 선수가 메달 획득에 실패해자 일부에서는 노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어찌 생각해보면 각박한 세상에 내몰린 사람들이 올림픽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도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잠시나마 용기와 위로를 받기 위함이 아닐까.
자신과의 싸움에서 무릎 꿇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선수들을 만날 때면 우리 역시 세상에 맞설 힘을 얻게 된다.

20일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피겨 종목에 나선 김연아의 마지막 프리 프로그램 연기가 펼쳐졌다. 그녀는 여전히 최고였고, 닉네임 그대로 ‘퀸’(Queen)이었다. 수천 번의 엉덩방아를 통해서 만들어진 그녀의 완벽한 점프 연기는 우리 모두를 환호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것만으로 우리가 TV 앞에 모여 숨죽이며 지켜본 시간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은 셈이다. 메달 색깔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제 등수에 상관없이 노력한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칠 수 있는 여유있는 한인사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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