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랴

2014-02-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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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저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어느 날 국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죽기에 이르렀다. 국가가 신봉하는 종교를 믿지 않고 그가 새로 만든 신의 사상을 시민들에게 전파했다는 이유였다. 재판이 끝난 후 그의 제자들과 친구들이 목숨을 구하려면 다른 나라로 속히 떠나라고 권고했다.

소크라테스는 이를 끝까지 수용하지 않고 “나는 죽음이 나를 엄습해도 내가 사랑하는 이 나라를 떠날 수 없다.“고 하면서 의연하게 죽어갔다. 나라를 생각하는 그의 애국심이 어느 정도였는가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애국심’이라는 단어를 이 시점 우리가 생각해보는 것은 최근 열리는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한국계 스피드스케이팅선수 안현수(빅토르 안)가 금메달을 따내자 그의 러시아 귀화를 놓고 과연 옳은 선택이었나 시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애국심’하면 1936년도 베를린올림픽때 마라톤에 참가한 손기정 선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일제치하때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일본선수로 뛰었던 그는 금메달을 따낸 후 가슴에서 태극기를 꺼내들고 “나는 한국인이다” 하고 당당하게 만천하에 밝혀 화제가 되었었다. 그의 투철한 애국심은 두고두고 올림픽과 한국역사에 남아 있다.
이번에 안현수가 금메달을 따내자 러시아는 그를 영웅시하면서 푸틴대통령의 웹사이트 전면에 그에 대한 글을 올렸고, 러시아 모든 언론도 안현수를 격찬하는 기사로 도배를 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한국도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배경 등에 관한 내용이 자세하게 언론에 오르내리는가 하면, 금메달 선수를 놓친 데 대한 자성의 소리, 비판의 소리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안현수는 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그리고 자신이 과거 금메달을 따게까지 길러준 조국을 뒤로 하고 러시아로 꼭 가야만 했을까? 그렇게 되기까지는 알려진 대로 피치못할 큰 이유가 물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불사하고 라도 조국을 버리지 않았던 소크라테스나 끝까지 자신이 한국인임을 잊지 않았던 손기정선수 등의 행적을 돌아보면 어떠한 이유이든 그의 선택에 왠지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와 민족이 받는 상처를 생각한다면 그의 개인적 영광이 조국을 버릴 만큼 그토록 중대하고 큰 것이었을까...
그의 개인적 선수생활, 그리고 금메달을 향한 개인의 명예와 영광 등을 생각하면 누구라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왠지 금메달을 쟁취한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안타까움과 함께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은 지금 그를 홀대했던 빙상연맹 관계자에 대한 성토가 웹사이트가 다운 될 정도로 연일 비난일색이다. 조용하다가도 문제만 나면 너도 나도 벌떼같이 일어나 누군가를 반드시 찍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정이 또 한 번 드러나는 순간이다. 내가 안현수라면 과연 그때 어떤 선택을 했을까 우리 모두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일이 아닐까.

금메달을 따서 8년 동안 겪은 아픔과 원한이 풀렸다고 하지만 과연 한민족의 피를 갖고 러시아를 위해 뛰어 얻은 금메달이 진정 그의 말 대로 자신의 통한의 세월을 속시원히 풀어낼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조국을 생각한다면 마음 한편에 일말의 앙금은 남을 것이다. 한국계가 어느 나라에 있든 금메달을 딴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의 영광의 이면에 한국의 위상에는 일정부분 먹칠이 됐고 국익에도 어느 정도 손실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역량있는 선수를 제대로 보존 못한 연맹측과 러시아로 귀화하게 된 안현수 모두가 다시 한 번 성찰해 봐야 할 일이라고 본다.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대를 희생시킨 주인공들, 과연 자신이 한 선택이 옳은 일일까.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자질있는 선수를 키우지 못한 연맹을 향해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하지만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연맹뿐만 아니라 이 시대 국가와 모든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폭넓게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랴.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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