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빙하기의 도래?

2014-02-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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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눈이 너무 많이 와 자동차는 눈 속에 맡겨놓고 있다. 전철 밑이다. 전철 밑에 주차시키면 4시간에 한 번씩 주차허용티켓을 갈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눈이 자동차를 덮고 있어서인지 주차티켓을 안 갈아 놓아도 벌금을 발부하지 않는다. 하긴 자동차가 눈 속에 덮여 있어 주차티켓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알 수 없으니 그럴 거다.

지난 번 폭설이 내렸을 때는 길가에 세워두었었다. 눈 치우는 제설차가 눈을 길가로 밀어내 눈이 쌓인 채 어름이 되어 그곳을 빠져나올 때에는 헛바퀴가 계속 돈다. 바퀴가 돌면서 연기가 난다. 타이어가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자동차에서 내려 삽으로 눈을 파헤친다. 이럴 때에는 플라스틱 삽은 소용도 없다. 철제 삽이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차를 못 빼니까 견인차(Towing Car)를 불러와 빼는 사람도 있다. 정말 와도 너무 눈이 많이 오는 것 같다. 눈이 많이 와야 할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 소치엔 오히려 눈이 오지 않고 날씨가 너무 좋아 봄날 같다고 한다. 미국에만 눈이 많이 오는 게 아니다. 한국에도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난리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그 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하는데, 풍년이 들 때엔 들더라도 지금 장사하는 사람들은 고통이다. 눈 때문에 개점휴업상태에 있어 한숨만 쉰다. 금년 눈은 겨울이 제철로 다가오는 미국의 동북부에만 많이 내린 게 아니다. 겨울에도 봄날처럼 따뜻한 텍사스와 조지아 주까지 폭설이 내려 이상기온임을 증명해 준다.

지구엔 지난 250만년 동안 4만에서 10만년 주기로 빙하기가 도래했다고 한다. 러시아 자연과학원 해양학연구소의 올레그 소로크흐틴 박사는 2012년부터 지구에 빙하기가 시작될 것이란 발표를 한 바 있다. 유래 없이 찾아온 미국의 혹한과 폭설이 빙하기의 전초가 아니냐는 등, 사람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자아내게 한다. 과연 정말일까.

빙하기(氷河期:Ice Age)란 “지구의 기온이 하강하여 남북양극과 대륙의 얼음 층이 확대되는 시기”를 뜻한다. 빙하학적으로 지구의 그린란드와 남극이 빙하로 덮여 있어 지구는 빙하기시대에 있으나 간빙기에 놓여 있다고 한다. 간빙기란 빙하기시대의 빙기(氷期:glacial)와 빙기 사이에 있는 비교적 따뜻한 시기(interglacial)를 말한다.

또 지구 빙하의 면적에 따라 빙하기와 간빙기를 정의하는데 빙하면적이 16%이상일 때 빙하기라 부르고 그 이하일 때에는 간빙기라 부른다. 현재 지구빙하의 면적은 14%로 간빙기라 할 수 있다. 지구 역사상 최대의 빙하기는 지표의 35%가 빙하로 덮여있었다 한다. 아마 이때가 공룡이 멸종된 지구 최대의 빙하기가 아니었나 싶다.

지구는 태어난 후 46억년동안 빙하기와 간빙기를 되풀이 해왔다고 한다. 자연적 원인은 육지와 해양의 화산활동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영향과 육지와 해양의 면적변화(판구조론) 및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변화 등이 주요인이라 한다. 또 인적 원인의 지구온난화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한다.

1996년 뉴욕에서 L.A.까지 차로 간 적이 있다. 콜로라도 덴버 못미처에서 폭설이 내려 하이웨이가 모두 차단됐다. 그래서 국도로 들어섰다. 눈은 계속 내렸고 그만 길을 잃었다. 밤새 눈밭을 헤매다 발견한 건 작은 불빛이었다. 민가를 만난 거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생각해 보면 하늘이 도왔음이 분명하다.

인간이 아무리 위대하다 해도 자연의 영향을 벗어날 순 없다. 인간도 자연에서 태어난 자연의 일부이니 자연과 함께 산다. 수억 톤의 눈이 하늘에서 선녀처럼 나붓나붓 떨어져 세상을 온통 하얗게 물들이면 보기엔 너무나 좋다. 한 폭의 산수화에다 어찌 그 정경을 비교할 수 있으랴만 그 아름다움 속에 삶의 애환이 함께하고 있다.

지구에 빙하기의 도래가 시작됐다는 올레그 박사의 말.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없다. 앞으로 수십만 년은 아무 일 없겠지. 그때는 지구가 어떻게 변화돼 있을까. 이제는 눈이 그만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하늘이 하는 일을 인간이 어찌하랴! 우주를 발견한 인간이지만, 자연의 힘 앞에선 하늘의 처분만 바랄 수밖에 없음에야. 인간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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