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라 미술 특별전

2014-02-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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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화(메트뮤지엄 한국어 안내프로그램 자원봉사자)

앞으로 열흘 남았다. 낯익은 얼굴에 턱을 괴고 앉아있는 미륵반가사유상이 맨하탄 거리 여기저기 드높이 보인다.

지난해 가을부터 선보이고 있는 그 낯익은 모습이 담긴 배너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지금 진행 중인 ‘황금의 나라, 신라’(Silla: Korea’s Golden Kingdom) 특별 전시를 알리는 것이다. 신라 미술 특별전은 그 뿐 아니라 뉴욕의 택시를 타면 모니터에서도 연속 소개되고 있음을 본다. 신문과 TV, 잡지 등 온갖 미디어에서 다루었고 어느 외국 전문지에선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전시라고 뽑았다.


메트 뮤지엄은 추수감사절에서 정초에 이르는 휴가철에 맞춰 큰 특별전시를 기획하는데 이러한 대대적인 홍보에 미루어 볼 때 아마 신라전이 `올해의 중요 전시’로 기획된 것인가 생각된다.

아직도 못 가 보았다면 서둘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 번 보고 나면 또 보고 싶어질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을 이처럼 집중해 볼 기회가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밖의 20여점의 국보와 보물들, 특히 신라 고분에서 발굴된 찬란한 귀금속 장신구들, 토기를 비롯한 은제 그릇들, 갖가지 미디움으로 제작된 불교조각들, 그리고 당시 여러 지역과의 교류에 인한 문화 흔적을 말해주는 전시품들은 호기심을 유발시키므로 좀 더 알고 싶어질 것이다. 삼성에서 지원한 최신 대형 스크린의 시각적 효과도 멋지고 시원하다.

1998년 메트 뮤지엄에 한국미술 전시실이 개관되었을 때도 비슷한 국보 78호 미륵반가사유상이 대여 전시돼 별로 한국 고미술에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미주 한인들에게 큰 기쁨이었는데, 현재 전시된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은 78호와 쌍벽을 이루는 것으로 자주 비교되는 신라 미륵반가사유상의 극치이다.

맵시 있게 휘어진 눈썹이 양미간으로 모아져 날씬한 코로 매끈하게 연결되고, 그 아래 곧 자리 잡은 입술, 그 도톰하고 봉긋한 입술은 이 조각이 불상이 아니라면 감히 입맞춤을 살짝 피하려는 듯 수줍다고 표현할 텐데. 턱을 고인 손의 야무진 놀림이 생동감을 전해주고, 풍부하게 포개진 옷자락은 앉은 의자를 감싸며 흘러내린다.

나오기 전 석굴암의 건축이 잘 설명된 영상을 보고 특별전시장을 나설 때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곧 바로 2층에 있는 한국미술 전시실을 방문하면 좋을 것이다.
전시가 종료될 오는 23일까지 미룰 것이 아니라 메트 뮤지엄으로 지금 바로 가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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