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꽃 핀 올림픽 정신

2014-02-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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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올림픽 정신인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참석했다. 올림픽의 정신은 도전, 용기, 봉사, 희생, 사랑 등등 그 중 평화는 초심의 올림픽 정신이다.

그런데 아무리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 자체이며 우리에게 있어 본질은 정복하는 게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다’고 선서를 해도 돌아서는 순간 국가대표 선수들은 메달 획득을 위해 사력을 다한다.


고대올림픽은 기원전 776년 그리스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어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수영, 달리기, 레슬링 등의 종목으로 치러졌는데 신화적 접근으로 보면 헤라클레스와 제우스가 4년에 한 번 열리는 관례를 만든 올림픽의 창시자였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은 전쟁을 멈추고 평화의 기간을 보냈다는 점이다. 이 기간 동안 다른 나라를 침범하면 응징을 받았던 것이다.

근대올림픽의 부활은 피에르 쿠베르탱이 ‘세계 청년들을 한 자리에 모아 우정을 나누고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국제평화의 증진’이란 목표를 지니고 창안하여 18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조직되고 1896년 아테네에서 제1회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을 떠나자고 했지만 올림픽이 열려도 세계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제1,2차 세계대전으로 올림픽이 중지되었고 소련의 헝가리 침공, 제2차 중동전쟁에 항의하기 위해 참가 보이콧을 한 나라가 속출한 적도 있다.
그 외 메달에의 집착으로 인한 심판 매수, 약물 복용, 지나친 상업 광고 등등 숱한 사건을 치르면서 올림픽은 나날이 성장, 수백 개의 나라에서 1만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하여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소치 올림픽 경기 중 올림픽의 정신을 돌아보게 하는 일이 작은 화제가 되고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미터 1차 레이스에 나선 대니얼 그리고( 호주) 선수가 스타트를 알리는 총성과 함께 앞으로 뛰쳐나갔다가 자신의 스케이트날에 걸려 넘어지면서 얼음판에 고꾸라졌고 다시 일어난 그는 홀로 레이스를 마쳤다. 메달권과 거리가 멀어졌지만 2차 레이스까지 완주하여 관중의 박수갈채는 물론 그의 페이스북에는 세계인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 준결승에서는 안톤 가포로프(러시아)가 레이스 도중 넘어져 다시 일어났지만 스키가 부러졌다. 망가진 스키를 신고 눈 위를 달렸는데 결승선 근처에서 왼쪽 스키가 반으로 쪼개지자 완주의 꿈도 포기해야 했다. 이때 캐나다 대표팀 저스틴 워즈워스 코치가 가지고 있던 예비스키를 들고 뛰어나와 부러진 스키를 갈아 끼워 줬다고 한다. 이런 것이 선수와 국적을 뛰어넘은 훈훈한 올림픽 정신이다.

오는 2018년 2월9일 한국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88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이니만큼 한국민은 물론 해외동포들의 기대가 크다.

북한은 12년 만에 이번 동계 올림픽에 불참했다. 얼음판 유지비용이 없을 정도의 열악한 환경과 부족한 장비에 IOC 훈련비를 지원받던 3명의 선수가 예선 통과를 못해 출전권을 따내지 못한 것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보스니아 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 봅슬레이 4인승 팀이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인으로 팀을 구성하고 참가하여 ‘전쟁의 포화 속에 꽃핀 올림픽 정신의 상징’으로 칭송받은 적이 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 만일 북한이 참여 못한다면 아무리 평화를 외치며 열심히 아름다운 경쟁을 벌인다 해도 반쪽짜리 잔치가 되고 만다.

진정한 올림픽 정신은 경제적 약자, 힘없고 소외된 나라를 힘센 나라들이 끌어안고 도와주며 같이 가는 것이다. 한국이 북한과 한 종목이라도 한 팀이 되어 출전하여 온 국민의 단합과 함께 ‘평화’라는 올림픽 고유의 정신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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