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계속 거칠어지고 있다. 처음 나온 이야기가 ‘투키디데스 함정’이었던가. 그게 2014년 새해 들어 한결 구체성을 더 해가고 있다. 2014년의 아시아는 100년 전, 그러니까 1차 세계대전 전 유럽 상황과 비슷하다는 거다.
‘기존 패권국과 새로 부상하는 파워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고대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기술하면서 이끌어낸 결론이다. 그 함정을 21세기의 열강들은 과연 피해갈 수 있을까.
비관적 전망이 날로 우세해진다. 그러면서 잇달고 있는 것이 ‘동북아에서 무력충돌 가능’ 발언이다. 당사국인 일본의 아베총리도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해상에서, 공중에서 전함을, 전투기를 동원한 극히 위험한 치킨게임(chicken game)을 매일 같이 벌이고 있다. 그 중국에 대해 레드라인(red line)을 명확히 그을 필요가 있다.”
설날인 지난달 31일 동중국해 중국 방공식별구역에서 중국과 일본 전투기가 실탄을 장착한 채 공중전을 방불케 하는 몸싸움을 벌였다. 이보다 앞선 지난 해 12월 남중국해. 중국해군 함정이 미 해군 순양함에 정선명령과 함께 접근, 충돌직전의 상황을 연출했다.
남중국해에서, 또 동중국해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는 경고다.
‘주동작위(主動作爲·해야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를 대외정책의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와 함께 그림은 뚜렷해지고 있다. 도발세력은 중국, 그 피해자는 주변 국가들이라는 모양새로.
거침없는 도발은 그러면 전쟁으로 이어질 것인가. 동시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진짜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다시 말해 ‘빅 5’ 중 자체적으로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항모전단을 운영해보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다.” 디플로매트지의 지적이다.
그동안 군 현대화를 꽤나 선전해왔다. 그러나 하드웨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낙후돼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더 말이 아니다. 전문적 무력집단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한국, 대만 군에 비해서도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PLA는 최우선 목적은 국가수호가 아니다. 중국공산당 수호가 최우선의 목적인 ‘당의 군대’다. 그 중국 공산당의 적은 외부에만 있는 게 아니다. 내부에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도 공산당의 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PLA의 간부들은 대부분이 공산당원이다. 그 PLA의 특성은 ‘정치과잉의 집단’이란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전투 집단으로서의 훈련에 앞서 강요되는 것이 정치학습이다. 그럼 면에서 겉보기와는 달리 약하다는 지단이다.
그렇다면 안심해도 된다는 건가. 그 반대다. 약해서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거다. 전투경험이 많은 지휘관들은 오히려 비호전적이다. 전쟁의 비극성을 처절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전쟁을 못해 안달이 난 것 같다. 동중국해에서, 남중국해에서 중국군이 보이고 있는 행태다. 전투경험이 없다. 그러면서 이념과잉상태에 있다. 그래서인지 극히 호전적인 수사만 구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터무니없는 자신감만 보이고 있다. 그것이 중국군이라는 지적이다.
“대만침공 시 중국은 미국의 개입을 성공적으로 막아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군사청문회에서 보고된 내용이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비대칭무기를 집중적으로 개발해 왔다. 이와 함께 전략에 수정을 가했다. 미국의 개입을 두려워 할 것이 없으므로 언제든지 필요하면 무력행사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중국군은 스스로를 과신하는 경향이다.…벼랑 끝 전술을 쓰다가 정말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다.” 장개석의 처남 송자문이 일찍이 한 말이다. 그 터무니없는 자신감은 선제공격의 유혹을 받기 쉽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아시아 상황은 1914년 직전 유럽 보다는 1930년대 아시아와 오히려 닮았다’-. 당시 침략자는 군국주의 일본이다. 피해자는 중국이다. 그 역할만 바뀌었을 뿐 정황이 너무 흡사하다는 것이 고든 챙의 지적이다.
일본 군부는 잇단 도발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 결과 더 도발적이 되고 우경화됐다. 오늘날 중국군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때와 흡사한 또 다른 정황으로 군부에 대한 문민정부의 느슨한 통제를 들고 있다. 일단의 일본군 정치장교들이 주동이 돼 만주사변에서 중일전쟁을 일으켰다. 그게 30년대 상황이다. 군부의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상황이다. 어딘가 그 때와 묘하게 닮았다는 지적이다.
시진핑이 제대로 군부를 통제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끌려가고 있는 것인가. 뭔가 권력내부에 복잡한 사정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라는 유령이 아시아를 배회하고 있다’-. 키신저의 경고였던가. 괜한 말로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