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업용’ 시장 금융위기 이전 수준 회복

2014-01-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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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거래액 3,600억달러 추산

▶ 투자신탁회사 ‘리츠’로 투자금 몰려 고수익 좇아 소도시까지 고른 투자, 올해도 활황 전망… 금리상승이 복병

지난해 주택시장 회복세와 함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대규모 투자자금이 유입됐다. ‘부동산투자신탁’(REITs) 등으로 투자자금이 밀물처럼 밀려들면서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활발한 투자가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기준이 금융위기 이전과 달리 대폭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액이 늘어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상용 부동산 거래액 금융위기 전 수준 육박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해 금융위기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주택용 부동산 시장의 강한 회복세와 꾸준한 고용시장 안정에 힘입어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전 부문에 걸쳐 사자 세력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인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사이 거래액 500만달러가 넘는 상업용 부동산 전체 거래액은 약 3,050억달러로 집계됐다.


11개월간 거래액은 이미 2012년 한해 거래액을 약 50억달러 초과한 규모다. 리얼 캐피털사는 12월 거래 예상치까지 포함하면 2013년 전체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은 금융위기 발생 이전인 2005년(약 3,620억달러)과 맘먹는 약 3,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고용시장이 안정되고 경제가 회복되면서 사무실 건물과 창고, 공장 등 산업용 건물에 대한 구입이 늘었고 투자용 목적 큰 상가 건물과 아파트 건물, 호텔 건물은 물론 개발용 부지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 걸쳐 거래액이 고르게 증가했다.


◇고수익률 좇아 소규모 도시에까지 고른 투자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육박했지만 금융위기 이전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금융위기 이전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이 집중한 대도시 지역에만 집중된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2차 시장으로 불리는 소규모 도시에까지 고르게 유입됐다.

댄 파슐로 리얼 캐피털의 디렉터는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전국 여러 곳에 분산돼 골고루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전 부문에 걸쳐 거래액이 증가했다”며 특징을 짚었다. 경제 침체 회복 초기에는 투자자들이 주로 인구밀도가 높고 고용이 안정적인 뉴욕, 워싱턴 DC, LA, 샌프란시스코 등에 투자를 집중했지만 지난해에는 투자여건이 열악한 것으로 여겨졌던 중소형 도시에까지 퍼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3분기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조사에서도 당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소형 건물 구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위험이 높지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2차, 3차 시장에서의 투자 분위기가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2차 및 3차 시장은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높아 수익률이 낮은 LA, 뉴욕, 보스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 등을 제외한 기타 지역을 의미한다.


◇REIT 활약 커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데는 부동산 투자신탁인 ‘리츠’(REITs)의 영향이 크다. 회사 형태로 설립된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여러 형태의 부동산에 투자해 투자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형태의 투자회사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회복을 예상한 투자자들의 자금이 리츠에 쌓이면서 지난해 대규모 거래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다.

리얼 캐피털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사이 거래액 규모로 상위 10대 투자자 중 리츠 회사가 무려 7곳이 포함될 정도로 리츠의 상업용 부동산 매입은 공격적이었다. 에퀴티 레지덴셜(EQR), 스피릿 리얼티 캐피털(SRC), 에섹스 프라퍼티 트러스트(ESS) 등의 리츠업체는 지난해 11개월 동안 무려 약 340억달러의 자금을 풀어 약 1,900채의 상업용 부동산을 사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금 REIT에 축적

경제침체를 거치며 투자 타이밍을 기다렸던 투자자들의 자금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것이 지난해 거래액 증가의 원인이다.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매입에 이미 투자된 자금 외에도 현재 대규모 자금이 이미 리츠 형태로 모여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 중이다.

사모펀드 시장조사 업체인 프리퀸에 따르면 글로벌 프라이빗 부동산 펀드사는 지난해 무려 약 77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12년 대비 약 17% 증가한 규모로 이 중 약 530억달러가 이미 북미 지역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상업용 부동산 투자시장에 자금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현상은 마치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과 2007년을 연상시킨다. 당시 금융권이 느슨해진 틈을 타 2년 동안 무려 1조달러에 달하는 금액이 상업용 부동산 구입에 투자된 바 있다. 이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당시 매매된 부동산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은행권은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등 장기 침체로 직결됐다.

하지만 최근 다시 상업용 부동산 투자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당시 매물 한 채에 수십명의 투자자가 몰리는가 하면 여러 은행이 대출을 하겠다고 줄을 섰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대출규정이 엄격해져 과거와 같은 거품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2006년과 2007년 당시만 해도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20% 미만이어도 대출이 가능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대출은행이 요구하는 다운페이먼트 비율은 약 35~40% 수준으로 강화됐다. 상업용 부동산 업체 마커스 밀리첩의 헤삼 낫지 디렉터는 “2007년도와 같은 무분별한 상업용 대출은 찾기 힘들다”며 “대신 고용시장이 안정적이고 한층 강화된 대출규정 아래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어 과거와 다른 건전한 회복세”라고 분석했다.


◇금리상승 복병

전문가들은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한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가 올해에도 무난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마커스 밀리첩의 헤삼 낫지 디렉터와 리얼 캐피털사의 대 파슐로 디렉터 등의 전문가는 올해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이 지난해 예상치인 약 3,600억달러를 가뿐히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 가지 복병은 금리추이다. 금리가 올 한해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이미 3%대에 근접했다. 시중금리의 기준 금리로 볼 수 있는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해 5월만 해도 약 1.63% 수준으로 매우 낮았으나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구입 수요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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