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녀상 보존’ 장기 대책 마련해야

2014-01-1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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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데일에 세워진 위안부 기림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싸고 한·일간 대결 양상이 치열하다. ‘소녀상’은 2차 대전 중 일본 제국군부대에 끌려가 성노예로 학대당한 20만 소녀들의 짓밟힌 삶을 상징한다. 그 상징성을 눈엣가시로 여긴 일본 측이 극우세력 주도 하에 철거 서명운동을 펼치자, 한인들이 보존 서명운동으로 맞서면서 백악관 청원 사이트를 무대로 사이버 전쟁이 벌어졌다. 한인사회의 뜨거운 관심은 반갑지만 그에 못지않게 냉정하고 차분하게 본질을 짚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선 확실히해야 할 것은 위안부 문제를 왜 미국에서 이슈화하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2007년 연방하원 결의안은 위안부 제도가 ‘잔인성과 규모 면에서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단순히 한일 간의 피해보상 문제가 아니라 범 인류 차원의 인권유린 문제라는 말이다.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한 경고로서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이 마땅히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글렌데일 시의회가 소녀상 건립을 승인한 배경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소녀상을 둘러싼 ‘사이버 대결’은 양면성을 갖는다. 긍정적 측면 못지않게 부정적 측면이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한인사회의 분노는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사이버 서명 동참은 민족적 정체성의 확인이자 역사에 대한 재인식이다.


반면 현재의 대결 양상은 위안부 이슈를 한일 관계문제로 축소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 본질은 가려진 채 한일 갈등만 부각되면 앞으로 다른 지역 위안부 기림조형물 건립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시의원들이 시끄러운 분쟁에 휘말리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백악관 청원 대결과 무관하게 글렌데일 소녀상은 보존될 것이다. 글렌데일 시의원들의 의지가 확고한 데다, 시정부 소관 조형물에 대해 연방정부는 보통 관여하지 않는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 글렌데일 시의원들에게 한인사회가 감사의 마음을 전했으면 한다.

일본 극우세력은 방해공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때마다 즉흥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여론이다. 유태인 단체 등 타인종 단체들과 공조하면서 이슈에 대한 공감의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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