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칼럼/ 부부인가, 아닌가?

2014-01-1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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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내가 태어난 나라가 아니어서 서러운 것이 말(영어)이다. 그리고 이민국 체류 신분이다. 신분 문제가 해결된다고 만사형통은 아니지만, 그래도 얼마나 불안하고 불편한지 아무도 그 심정을 모른다.

회계사에게도 손님의 체류 신분이 중요하다. 이것이 세법상 신분(filing status)과 연결되면 더욱 복잡해진다. 세법에서는 각각의 경우에 세율과 세금 혜택이 다르기 때문에 그 구분이 아주 엄격하다. 모두 다섯 가지 신분이 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 문제가 가장 많은 단독 가장(head of household) 신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먼저, 모든 신분의 기준은 작년 12월 31일 밤 12시다. 결혼을 해서 남편이나 부인이 있다면 그 부부는 함께 세금보고를 하여야 한다. 다만, 상대방의 세금보고가 의심스러운데 공동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면 따로 보고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을 MFS(married filing separately) 신분이라고 부른다.

이혼이나 사별한 뒤 자녀를 혼자 키우면 단독 가장(HOH) 신분이 유리하다. 조건이 까다로운데, 자녀는 나이가 24살을 넘지 않았고(대학생), 주거 생활비의 50% 이상을 부담하면 일단 자격이 된다. 조건만 맞는다면 부모나 형제도 넣어서, 세금 혜택을 더 늘릴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산다면 단독 가장(HOH)으로 보고할 수 없다. 단독 가장은 남편이나 부인이 없이 자녀를 혼자 힘들게 키우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이혼만 안 했지 각방을 써도 안 된다. 나 혼자 벌어서 생활을 하고 있어도 안 된다. 그런데 어떤 부부들은 이혼한 것처럼 꾸며서 단독 가장으로 보고하고 싶어 한다. 순전히 돈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남편이 2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부인은 1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부부가 함께 세금보고를 하면, 6,000 달러 정도의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다(뉴욕시, 자녀 2). 물론, 주급을 받으면서 이미 공제한 소득세가 있었다면 그것까지 얹어서 돌려받는다.

만약, 그 부부가 함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만 단독 가장(HOH)으로 세금보고를 하면 어떻게 될까? 총 환급액은 8,000 달러가 넘는다. 금액만 잘 맞으면 그 이상의 정부 돈을 받아낼 수 있다.

이 모든 차이는 Earned Income Credit(EIC) 세금혜택에서 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이민국 신분과 가족 관계가 중요해진다. 주민등록등본이 없는 미국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범죄다. ‘I Didn’t Know’ 하면서, 받은 돈을 돌려주는 것만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회계사가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걸고 넘어갈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Section 6664). 10년간 EIC 혜택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Section 32(k)(1)), 심하면 형사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정부 돈은 눈 먼 돈이 아니다. IRS도 옛날 IRS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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